'최장수' 이상민, 두 번째 탄핵 위기…'계엄' 관여 여부 관건

(서울=뉴스1) 권혜정 기자 = 비상계엄령이 6시간여 만에 해제된 가운데 야당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을 추진하기로 결정하면서 이 장관은 유례 없는 '두번째' 탄핵 위기에 놓였다.

10·29 이태원 참사 책임을 이유로 탄핵 위기에 놓였다 탄핵심판을 통해 복귀한 이 장관이 또 다시 탄핵 위기를 마주하자 '최장수 장관이 아닌 '탄핵 장관'의 오명과 함께 그가 퇴장할지 주목된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윤석열 대통령과 이상민 장관, 김용현 국방부 장관을 내란죄로 고발하고 이들에 대한 탄핵을 추진하기로 했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윤석열 정권의 위헌적, 위법적 비상 계엄을 내란죄로 단죄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과 이 장관 등에 대한 탄핵소추안은 이날 발의, 이르면 5일 본회의에 보고될 것으로 보인다. 비상계엄이 6시간 만에 해제되긴 했지만 이로 인한 정치·사회적 파장이 큰 만큼 이들에 대한 탄핵 절차에 속도가 붙을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민주당의 탄핵 소추안 발의로 이 장관은 유례없는 '두 번째' 탄핵 위기에 놓였다. 국회는 10·29 이태원 참사 책임을 이유로 2023년 2월 8일 이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의결했다. 당시 윤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했으나 국회는 헌정 사상 최초로 국무위원·장관 탄핵소추안을 가결했다.

탄핵소추안 의결과 동시에 업무가 중지된 이 장관은 같은 해 7월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을 통해 167일만에 업무에 복귀했다. 당시 헌재는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탄핵 기각 결정을 내렸다.

당시 극적으로 '탄핵 위기'를 넘긴 이 장관은 이번 계엄선포로 인해 또 다시 탄핵 위기를 마주하게 됐다.

이 장관은 비상계엄이 선포된 날 울산 문수야구장에서 예정됐던 국민통합 김장 행사에 참석, 이어 울산시청 본관에서 중앙·지방정책협의회를 주재했다. 그러다 그는 회의 도중 갑자기 퇴장, 서울로 향해 계엄 선포와 관련한 국무회의에 참석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장관은 비상계엄 해제를 의결한 4일 오전 4시 30분 열린 국무회의에서도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장관이 계엄 선포에 동의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지만 야당은 비상계엄 과정에 이 장관이 어느정도 관여했다고 보고 있다.

계엄을 건의할 수 있는 사람은 행안부 장관과 국방부 장관 뿐으로, 모두 윤 대통령과 같은 충암고 동문인 '충암파'다. 일각에선 비상계엄이 선포된 3일 늦은 밤 행안부가 전국 자치단체에 청사 폐쇄 명령을 내린 것 역시 이 장관이 계엄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점을 의미한다고 주장한다.

두 번째 탄핵 위기를 맞은 이 장관은 2022년 5월 취임, 윤 정부 내 최장수 장관이다. 앞선 탄핵 절차로 직무가 정지된 167일을 고려해도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재임 기간이 비슷하다.

당초 국회에서 예산안이 처리된 이후 연말이나 연초쯤 이 장관에 대한 '교체'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었으나 이번 탄핵을 계기로 이 장관의 '아름다운' 퇴장은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커진다.

jung907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