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설 땐 전화 끊고 공무원 이름은 비공개…'악성 민원인' 사라질까
김포시 공무원 사망 이후 악성민원 방지 대책 마련
민원 자동 녹음 등 긍정 평가…"'인력난' 해결 필요" 목소리도
- 이설 기자
(서울=뉴스1) 이설 기자 = 공무원이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사망하는 등 피해가 잇따르자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발표했다. 민원 공무원들에 대한 폭넓은 대책으로 비극적 사건이 줄어들지 관심이 모인다.
3일 행정안전부, 인사혁신처 등 17개 부처가 발표한 민원공무원 보호대책에 따르면 △욕설·폭언 등이 나오면 바로 민원을 종료할 수 있도록 하고 △공무원 개인정보를 비공개 처리하며 △정부 부처·지자체 차원의 법적 대응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다.
행안부는 올해 3월 포트홀(도로 파임) 보수 공사를 맡아 여러 차례 항의성 민원을 받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김포시 공무원 같은 사건을 계기로 내부 TF를 꾸리고, 해외 사례를 검토하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는 등 대책을 마련해 왔다.
먼저 정부는 민원 담당 공무원의 이름, 연락처 등을 홈페이지나 민원실에 공개하는 것이 '악성 민원'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는 김포시 공무원 사망하기 전 한 누리꾼이 온라인 카페에 이 공무원의 실명과 소속 부서, 직통 전화번호를 공개해 항의성 민원이 폭발하게 된 것과 관련이 있다.
또 국민 대다수가 민원 공무원에 대한 보호가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한 데 따라 정부도 법적 대응을 강화하고 나섰다. 민원인이 위법 행위를 한 경우 피해공무원이 소속된 지자체가 의무적으로 민원인을 고발하도록 한 것이다. 현재는 공무원 개인이 고소·고발을 원할 때 법적 전담 기구가 이를 돕는 수준에서 지원하고 있다.
행안부는 지난달 8일부터 15일까지 온라인 국민소통창구 '소통24'를 통해 실시한 대국민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에 따르면 위법행위 대응 방법에 대해 설문 대상자 대부분이 '고소·고발 등 법적 대응'(98.9%)이 필요하며 모욕성 전화, 정당한 사유 없는 반복 민원, 과도한 자료요구 등 업무방해 행위는 '제한'(81.4%)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정부는 민원인이 욕설·협박·성희롱 등 폭언할 경우 1회 경고 후 통화를 즉각 종료할 수 있도록 하고, 통화 1회 권장 시간까지 설정해 이를 넘기면 통화를 종료할 수 있게 했다. 또 민원 통화가 시작될 때부터 끝날 때까지 내용 전체를 자동 녹음하도록 조치한다.
그동안은 민원인의 폭언이나 욕설이 있을 때만 전화를 녹음할 수 있었고, 민원인이 욕설하거나 민원과 상관없는 내용을 장시간 발언해도 그대로 듣고 있어야 하는 만큼, 업무 피로도가 높다는 지적이 있었다.
통화 민원과 마찬가지로 온라인 접수 민원, 정보공개 청구 등도 악의적으로 업무를 방해한다고 판단되면 일시적으로 제한하거나 종결할 수 있다. 방문 민원에 대해서는 해외 사례처럼 민원인이 예약하고 오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앞서 행안부는 지난해 12월 11일부터 올해 4월 8일까지 한국행정연구원과 함께 미국, 일본, 영국(잉글랜드·스코틀랜드), 싱가포르, 프랑스, 호주, 뉴질랜드 등 7개국의 민원 대응 방법을 조사해 이번 범정부 대책에 참고하기도 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은 악성 민원인과의 통화를 즉각 종료할 수 있도록 하고 소속 기관이 고소, 고발을 진행할 수 있게 하는 등 노조가 요구해 온 사항이 많이 반영됐다고 평가했다. 다만 고질적인 인력난과 처우 개선 등을 해소해야 이번 대책이 미봉책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공노 관계자는 "일선 현장에서 공무원들은 감당할 수 없는 민원과 업무에 시달리고 있는데 근본적으로는 인력 충원이 필요하다"며 "매년 공무원 인력을 줄이고 있어서 재배치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sseo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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