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망 먹통'에 시스템 이중화·노후장비 교체…남은 과제 '산적'
'이중화' 위해서는 상당한 예산 소요…"공감대는 있어"
사각지대는 여전…"상시 모니터링으로 최대한 방지"
- 이설 기자
(서울=뉴스1) 이설 기자 = 지난해 초유의 행정 전산망 먹통 사태를 겪은 정부가 주요 정보시스템에 대한 모든 장비를 '이중화'하고 노후 장비는 교체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장비 교체 규모에 따른 예산 확보와 '이중화' 이후 사각지대 해소 등 남은 과제는 산적해 있다.
1일 정부가 전날 발표한 '디지털행정서비스 국민신뢰 제고 대책'에 따르면 오류 가능성이 높은 전산장비는 우선순위에 따라 순차적으로 교체하고, 1·2등급 정보시스템은 네트워크, 방화벽 등 모든 장비에 대한 이중화를 진행하기로 했다.
지난해 11월 행정망 먹통 사태 이후 구성된 범정부 TF가 약 두 달만에 내놓은 종합 대책이다.
이중화 구조가 잘 돼 있었다면 한쪽에 장애가 발생할 동안 다른 쪽에서 서비스를 지속할 수 있었다는 게 정부의 평가다.
다만 모든 정부시스템을 이중화하려면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만큼 정부는 먼저 등급을 재정립할 예정이다. 그간 예산 문제로 이중화 조치가 전면 이뤄지지 못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정부에 따르면 현재 행정·공공기관은 1만7000개 정도의 시스템을 관리하고 있으며 그중 1·2등급은 대략 300여 개인 것으로 파악된다. 정부는 국민의 이용률이 적고 성과가 저조한 3등급 이하 정보시스템은 단계적으로 통폐합하고, 절감된 예산은 1·2등급 정보시스템 보강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대표적으로 행정망 먹통의 원인이 됐던 '행정전자서명'(GPKI) 시스템은 기존 3등급에서 1등급으로 재분류됐다. 특히 GPKI 등 1등급 중에서도 중요한 시스템의 경우엔 두 곳에 운영 거점을 마련하는 'Multi-Region' 관리 방식을 적용할 예정이다.
행안부는 노후화된 장비도 순차적으로 교체하기로 했는데 이때도 1·2 등급 시스템의 장비를 우선으로 교체할 방침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1·2등급이 확정돼야 예산 규모를 알 수 있을 텐데 아직까지는 어느 정도 규모인지 확정되지 않았다"면서 "6월까지는 분류를 끝내고 내년도 예산에 반영될 수 있도록 기재부와 논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즉, 1·2등급으로 분류되는 정보시스템이 예상보다 많을 경우 상당한 예산이 소요될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해 고기동 행안부 차관은 전날 브리핑에서 "(예산 문제는) 범정부 TF에 속했던 기획재정부에서도 필요성을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면서 "3·4등급에 대한 통폐합을 통해서 절감되는 예산을 활용할 것이고 재정당국에서는 적극적으로 반영해 줄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지난 행정망에서 문제가 됐던 L3 라우터 장비는 이미 이중화가 돼 있던 장비라는 점에서, 이중화를 하더라도 문제가 완전히 차단되는 것은 아니라는 우려도 나온다.
서보람 행안부 디지털정부실장은 "당시 장비 전체가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니라 장비에 있는 수많은 포트중 일부 포트만 문제를 일으켰던 것"이라며 "특정 조건이 갖춰졌을 때 오류가 나면서 이중화돼 있던 장비로 전환이 되지 않았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장비를 이중화하더라도 상시적인 감시가 필수적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정부는 24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해 실시간 감시를 강화하는 방법으로 최대한 방지하겠다는 입장이다.
구체적으로 1·2등급 정보시스템 보유기관은 모니터링 인력을 확보하고 운영시설에 관제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해 24시간 상시 모니터링하며 장애 징후 알림기준을 하향해 장애 대응의 골든타임을 확보할 계획이다.
장비 결함 점검을 체계화하는 등 예방점검도 강화한다. '통합 표준매뉴얼'을 마련해 정기적 확인이 필요한 예방점검 항목과 그 세부 기준을 규정하고 각 기관에 정기 점검 계획을 수립하도록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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