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장기 미제 살인 사건에 시끄러웠던 영월 [결산 2024]

‘2004년 강원 영월영농조합 간사 살인사건’의 법정공방
‘치정 사건’ vs ‘짜 맞추기’ 재판서 검찰·피고 팽팽한 입장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영월=뉴스1) 신관호 기자 = 강원의 2024년은 충격적인 사건들로 주목받은 한해로 기록될 수 있다. 강원의 경찰‧검찰‧법원은 살인, 시신훼손, 공갈, 학대를 비롯한 국민적 시선이 집중된 다양한 사건을 다뤘다.

그중 영월은 올해도 살인사건 때문에 시끄러웠다. 작년엔 20대 남성이 동거여성을 191차례나 찔러 살해하는 참극이, 올해는 장기미제 살인사건 용의자로 지목된 50대 남성 A 씨(59‧남‧사건당시 40)의 유무죄 공방이 벌어졌다. 이른바 '2004년 영월 영농조합 간사 살인사건'이다.

'20년 장기미제' 영월 영농조합 간사 살인사건

춘천지법 영월지원. (뉴스1 DB)

이 사건은 20년 전 여름 발생했다. 춘천지검 영월지청에 따르면 2004년 8월 9일쯤 영월군 영월읍 소재 한 영농조합 사무실에서 간사 B 씨(당시 41‧남)가 몸 여러 부위에 십 수 차례 흉기에 찔린 등의 흔적과 함께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당시 경찰은 숨진 B 씨 옷에 현금‧지갑이 그대로 있었던 점을 이유로, 원한관계의 면식범 소행에 무게를 두고 수사했으나, 범인을 밝혀내지 못했다. 이후 2020년쯤 경찰이 사건당시 족적 보강수사로 범인을 특정했으나, 그 역시 해법은 되지 못했다.

이 가운데 검찰이 과학수사를 통해 A 씨를 사건 피의자로 보고 지난 7월 구속 기소했고, 검찰과 A 씨 측은 재판에서 팽팽한 신경전을 벌여왔다. 다만, 이달 A 씨는 구속기간(6개월) 만료가 다가오는 상황에서 보석으로 석방,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됐다.

'교제 중인 여성에게 강한 집착'…검찰, 치정 사건

춘천지검 영월지청. (뉴스1 DB)

검찰은 지난 4차례의 공판을 이어가며 A 씨의 범행동기가 치정에 있다고 밝혔다. 사건 몇 달 전 A 씨와 내연관계를 가졌던 여성 C 씨가 B 씨와도 사귀는 등 이성문제로 인한 사건이라고 봤다. 또 '사건 전 이미 C 씨와 이별한 사이'라는 A 씨의 주장도 주시했다. 검찰은 "A 씨가 2004년 5월쯤 C 씨와 헤어졌다는데, 그 이후 C 씨와 성관계를 가진 적이 있고, 2005년 11월쯤 이별통보를 받은 기록이 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검찰은 A 씨의 알리바이도 반박했다. A 씨가 기회를 엿보다 사건 당시 알리바이(영월군 김삿갓면 한 계곡에서 가족과 휴가를 보냈다는 내용)로 밝혔던 곳에서 사건장소까지 승용차를 타고 이동해 범행했다고 판단했다. 사건 당시 A 씨가 술을 사겠다는 이유로 계곡을 나와 차를 몰고 이동, B 씨를 살해 후 다시 계곡으로 돌아갔다는 주장이다.

검찰은 '사건현장 족적 감정결과'와 '통신내역'도 근거로 제시했고, 이외 △A 씨가 촬영한 사진 속 B 씨 명함 △A 씨 외장하드의 B 씨 지인관련 홈페이지 기록 △온라인 북마크에 있는 B 씨와 관련 사이트 등도 있다고 재판에서 밝혔다.

'짜 맞추기, 말이 안 돼' 혐의 부인 50대…검찰과 신경전

장기 미제사건인 ‘2004년 강원 영월 영농조합 간사 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50대 남성이 지난 6월 28일 오전 춘천지법 영월지원에서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관계자들과 이동하는 모습. (뉴스1 DB)

A 씨와 그의 변호인은 혐의를 부인했다. 'B 씨 명함사진'에 대해선 "촬영습관이다. 사건 전 C 씨를 만났을 때 촬영된 것이고, 다른 명함들도 같이 촬영됐다"고 반박했다. 또 'B 씨 관련 북마크와 사이트' 등에 대해서도 귀농에 관심을 보이다 C 씨를 통해 알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C 씨와 이별 후 성관계가 있었던 점에 대해선 "이별했지만, 아이들과도 알고 지내 띄엄띄엄 만나게 됐고, 그러다 C 씨와 공연도 보고 술자리도 가지며 성관계를 맺게 된 것"이라며 "B 씨와의 교제사실을 몰랐고, 수사 과정에서 알게 됐다"고 반론했다.

변호인 역시 "말이 되지 않는다. 짜 맞추기 수사"라며 "피해자와 조합 측의 갈등이 있었던 점 등 다른 이유에서의 우발 범행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또 △족적관련 샌들이 당시 흔했던 점 △A 씨가 임의 제출한 샌들에 B씨의 혈흔과 유전자가 없었던 점 △2004년 당시 계곡에서 사건장소로의 이동시간을 고려할 때 범행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점 등을 주장했다.

skh88120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