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때려요" 맨발로 도망친 아내…그 주먹, 경찰도 때렸다

(춘천=뉴스1) 이종재 기자 = 가정폭력으로 인해 맨발로 도망 나왔다는 아내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에게 폭력을 행사한 40대 남편이 항소심에서도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춘천지법 제2형사부(김성래 부장판사)는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기소된 A 씨(41)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13일 밝혔다. 또 A 씨에게 사회봉사 120시간도 명령했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A 씨는 2022년 12월 28일 오후 10시 49분쯤 강원 춘천시에서 아내 B 씨를 때리고, 112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의 가슴을 밀치는 등 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B 씨는 “남편에게 맞았다. 맨발로 밖으로 도망 나왔다. (남편이) 주먹으로 밀고 때렸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이들 부부의 주거지 인근 편의점에서 B 씨를 만났다.

당시 잠옷 차림이었던 B 씨는 맨발에 편의점 업주가 제공한 슬리퍼를 신고 있었다. 또 폭행의 상처가 외관상 관찰되는 상태였다.

경찰은 분리 조치를 위해 B 씨를 1366센터, 해바라기센터에 안내했으나 B 씨는 친척집에 가기 위해 짐과 휴대전화를 챙겨야 한다며 집까지 대동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경찰은 B 씨와 함께 주거지로 이동해 A 씨에게 소속, 계급, 성명과 함께 B 씨가 짐을 챙겨서 나갈 것임을 고지했다.

그러자 A 씨는 경찰관이 집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밀어냈다. 또 B 씨가 방 안에서 짐을 챙기는 과정에서 흥분한 A 씨는 B 씨에게 다가가려 하는 자신을 제지하는 경찰관의 옆구리와 가슴을 밀치며 폭력을 휘둘렀다.

결국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법정에 선 A 씨는 “경찰관의 위법한 직무집행에 대항했을 뿐,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경찰공무원들의 행위는 적법한 공무집행이었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가정폭력이 의심될 뿐만 아니라 추가적인 가정폭력의 우려가 상당한 상황에서 경찰로서는 흥분한 피고인과 아내를 분리 조치할 필요가 있었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이 판결에 불복한 A 씨는 사실오인과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의 양형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인정할 만한 새로운 정상이나 사정변경이 없다”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leej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