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급발진 소송서 전문가 "소프트웨어 결함으로 인한 가능성 있다"

춘천지법 강릉지원 민사2부, 10일 8번째 변론기일 진행
엔지니어 출신 변호사 "전 직장으로부터 압력 받았다"

(강릉=뉴스1) 한귀섭 윤왕근 기자 = 2022년 12월 이도현 군(당시 12세)이 숨진 급발진 의심 사고의 책임소재를 가리기 위한 민사소송에서 "차량 전자제어장치(ECU) 소프트웨어 결함으로 급발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증언이 나와 주목된다.

춘천지법 강릉지원 민사2부(박상준 부장판사)는 10일 도현이 가족 측이 KG모빌리티(KGM)을 상대로 제기한 7억 6000만 원 규모 손해배상청구 소송의 8번째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도현이 가족 측이 신청한 증인 박정철 변호사가 증인석에 섰다. 박 변호사는 사고 차량에 장착된 ECU 제조사에 근무한 경험이 있으며 현재 '차량 엔지니어 출신 현직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ECU 소프트웨어 결함으로 급발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냐'는 질문에 박 변호사는 "엔지니어링 회사를 다녔던 입장에서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소프트웨어 개발을 사람이 하기 때문에 꼭 급발진에 국한되지 않더라도 소프트웨어 결함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며 " 근데 꼭 급발진 관련 소프트웨어라고 해서 결함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저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박 변호사는 또 ‘소프트웨어 결함으로 급발진 발생 가능성이 천문학적으로 낮냐’는 질문에 “ECU 내부에서 의도치 않은 가속이 발생할 경우 엔진을 컷오프시켜 운전자 생명을 보호하는 로직이 마련됐다"며 "천문학적으로 급발진 현상이 발생될 확률이 낮다면 그런 진단은 없지 않을까 싶다. 제가 경험하기로는 소프트웨어 결함은 양산 이후에도 나타났기 때문에 급발진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2022년 강원 강릉에서 일어난 '급발진 의심사고'로 목숨을 잃은 고(故) 이도현(당시 12세) 군의 아버지 이상훈 씨가 18일 춘천지법 강릉지원에서 열린 제조사와의 손배소 6차 공판을 마치고 이른바 급발진 사고 관련 결함 원인 책임입증 전환 국민 청원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2024.6.18/뉴스1 ⓒ News1 윤왕근 기자

KGM 측은 ECU 대신 다른 안전장치에 의해 차량의 제어가 가능하고, 사고 차량의 경우 기계식 브레이크가 장착돼 ECU 결함이 있더라도 브레이크로 인해 감속돼야 한다고 되물었다. 이에 박 변호사는 "ECU 결함이 발생하면 작동한다고 말할 순 없다"고 했다.

양측은 2시간가량 각종 해외 판례와 사례 등을 제시하며 공방을 이어갔다.

한편 재판이 끝날 때쯤 원고 측은 박 변호사에게 증언을 서기까지 직간접적 압력받은 사실이 있냐고 물었다.

박 변호사는 "전에 다녔던 회사 매니저분이 증언을 어떻게 할 것인지 계속 구체적으로 추궁했다"며 "전 직장 회사 임직원들과 소통했는데 그분 말로는 이제 저에 대해 좀 안 좋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그래서 사전에 취소할까 고민도 했었다"고 토로했다.

다음 재판은 같은 법정에서 1월 7일에 열린다.

han12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