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게 해달라" 아내 요청에 '어버이날' 남편이 내린 결정[사건의재구성]
뇌종양으로 앓던 70대 아내, 남편에게 살해 부탁
아들 선처 부탁,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선고
- 한귀섭 기자
(강원=뉴스1) 한귀섭 기자 = 올해 어버이날의 비극이다. 강원 홍천의 한 주거지 거실에서 A 씨(72·여)가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었고, 이를 옆에서 본 남편 B 씨(73)는 급하게 “부인이 약을 먹고 죽었다”고 119 등에 신고했다.
A 씨는 긴급하게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숨졌다. 병명은 ‘농약 및 처방 약의 다제복용에 의한 약독물 중독’이었다. 같은 이유로 치료를 받은 남편은 하염없이 울고만 있었다.
B 씨와 A 씨는 44년간을 함께 해온 부부였다.
하지만 불행은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7년 전인 지난 2017년 A 씨는 알 수 없는 이유로 자주 넘어져 다리가 부러지고, 시력이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A 씨가 병원을 가려고 하지 않아 정확한 병을 알 수 없었다.
병명을 알 수 없이 2022년부터 넘어지는 횟수가 늘어난 A 씨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 5월 8일 사망 직전까지 스스로 거동하는 것조차 힘들어져 조력 없이는 일상생활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참다 병원으로 향한 A 씨는 지난 5월 7일 뇌종양 판정을 받았다. 충격에 휩싸인 A 씨는 남편 B 씨와 삶을 비관하며 아들 C에게 극단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는 내용의 유서를 작성했다.
부부는 다음날 홍천 주거지 거실에서 A 씨는 뇌종양으로 건강상태가 악화돼 고통스러워했고, 고통을 잊기 위해 B 씨와 고량주를 마셨다.
그 자리에서 A 씨는 “농약 좀 갖고 와, 먹고 죽게, 여보 나 있잖아 이대로는 못살아, 죽게 해줘”라는 부탁을 했다. 함께 세상을 떠나기로 결심한 B 씨는 외부 창고에 있는 농약 캐비닛에서 농업용 살충제를 약 30리터의 용량을 계량컵에 따랐다.
거실로 돌아간 B 씨는 계량컵에 든 것을 마셔 입을 통해 A 씨의 입으로 전달하는 방식으로 살충제를 먹였다.
결국 A 씨는 ‘농약 및 처방 약의 다제복용에 의한 약독물 중독’으로 사망했고, B 씨는 A 씨의 촉탁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사건이 재판에 넘겨지는 과정에서 C 씨는 수사기관과 법정에서 아버지 B 씨에게 선처를 바라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춘천지법 형사2부(김성래 부장판사)는 최근 B 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김성래 판사는 해당 판결을 B 씨에게 선고하면서 "집행유예 기간 범죄를 저지르면 징역을 복역해야 한다"고 신신당부를 했다.
han12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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