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 가는 양민혁 "강원FC에서 행복했다"…팬들에 마지막 인사
친구들 영상편지에 눈시울 붉혀…강원 최종전에 '오렌지 물결'
- 윤왕근 기자
(강릉=뉴스1) 윤왕근 기자 = 올 시즌을 끝으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 홋스퍼로 이적하는 강원FC 양민혁(18)이 "강원에서 좋은 분들과 축구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고 말했다.
양민혁은 23일 강릉종합운동장에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38라운드 최종전 포항 스틸러스와의 경기 직후 구단이 마련한 환송식에서 팬들에게 고별인사를 전했다.
특히 양민혁은 이날 고별전에서 축포를 쏘아 올리며 팬들에게 마지막 선물을 건넸다.
양민혁은 "2024년은 제 인생에서 절대 잊지 못할 해"라며 "좋은 선배, 좋은 감독님과 스태프와 함께 축구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고 말했다.
환송식 행사장에서도 팬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시종일관 미소를 잃지 않던 양민혁은 팀 동료와 강릉제일고 축구부 친구들의 영상편지가 나오자 눈시울을 잠시 붉히기도 했다.
팀 동료 황문기는 "어린 나이에 성인무대에 뛰는 것이 쉽지 않았을 텐데 정말 잘해줘서 고마웠다"며 "토트넘에 가서도 너의 모든 것을 보여달라"고 말했다.
강릉제일고 축구부 친구들은 "원래 아스널 팬이었는데, 너 때문에 토트넘 팬으로 갈아탔다"며 "고등학교 3년 동안 좋은 추억 많았는데, 가서도 부상없이 좋은 활약 이어가라"고 덕담했다.
양민혁은 환송식 전 기자회견에선 "토트넘에서 조기 합류를 요청했기 때문에 합류 후 일단 (컨디션) 회복과 팀 적응에 포커스를 두고 훈련할 계획"이라며 "(영국) 런던에서 지낼 집을 구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양 선수는 '토트넘 선배 손흥민에게서 조언을 들었냐'는 질문엔 "아직 그런 얘길 나눈 적은 없다"면서도 "빅리그에 가는 만큼 자리를 잘 잡아 손흥민 선배처럼 좋은 선수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강릉을 떠나는 심정에 대해선 "강릉은 제2의 고향"이라며 "내가 고등학교 시절 보낸 곳이고, 강원FC에 입단해 좋은 축구를 할 수 있게 해줬다. (앞으로) 한국에 와서도 자주 놀러 올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강릉종합운동장 일대는 양민혁의 고별전이자 강원FC의 올 시즌 최종전을 보기 위해 경기 시작 3~4시간 전부터 강원 전역과 전국에서 몰려든 팬들로 북적였다. 경기장은 온통 오렌지 물결로 뒤덮였다.
이런 가운데 이날 오전부터 동해고속도로 강릉IC 일대는 주말 행락 차량과 축구 팬들이 타고 온 차들이 뒤섞여 평소 주말보다 더욱 붐비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서포터즈의 콜리딩 속 선수단 버스가 운동장 쪽으로 들들어오자 강원FC 팬들은 열광했다. 양민혁 등 스타 선수를 본 꼬마 팬들은 열렬히 환호했다.
선수들 이름과 등번호를 찍는 '마킹 부스'엔 긴 대기 줄이 이어졌고, 강릉FC 굿즈를 살 수 있는 MD 스토어에도 팬들이 북적였다. 특히 구장 한쪽에 마련된 초대형 '양민혁 사진 부스' 앞엔 더 긴 줄이 이어졌다.
춘천에서 왔다는 배모 씨(38)는 "양민혁이 (팀을) 떠나게 돼 너무 아쉽지만, 토트넘에서 반드시 대성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응원 왔다"며 "한국 축구 최고 스타로 거듭나 언젠가 강원으로 돌아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원주에서 온 김영규 씨(37)는 "양민혁이 세계적 축구 스타가 되면 한국에서 얼굴을 보기가 쉽겠느냐"며 "손흥민, 이강인의 대를 잇는 스타의 얼굴을 직접 보려고 왔다"고 전했다.
한편 강원은 이날 포항과의 리그 최종전에서 1대 0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강원은 19승 7무 12패(승점 64점)의 전적을 기록, '준우승'으로 올 시즌을 마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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