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병 사망' 중대장‧부중대장 징역 10년·7년 구형
- 이종재 기자
(춘천=뉴스1) 이종재 기자 = 지난 5월 육군 신병교육대에서 발생한 훈련병 사망사건과 관련해 규정을 어긴 군기훈련(얼차려)을 지시한 중대장과 부중대장에 대해 검찰이 징역 10년과 징역 7년을 각각 구형했다.
춘천지법 제2형사부(김성래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중대장 강모 씨(27‧대위)와 부중대장 남모 씨(25‧중위)의 학대치사와 직권남용 가혹행위 혐의 사건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이같이 구형했다.
검찰은 “이 사건은 돌이킬 수 없는 결과인 피해자 사망이라는 중대한 결과를 초래했다”며 “피고인들은 사건 직후 교통사고처럼 ‘사고’라고 말하면서 자신들의 잘못이 아니라고 합리화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고인들에게는 피해자의 사망을 저지할 수 있는 여러 번의 기회가 있었음에도 공동해 그와 같은 결과로 나아갔다는 점에서, 이 사건은 피고인들의 고의로 피해자를 사망하게 해 죄질이 불량하다”고 징역 10년과 징역 7년을 각각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중대장 강 씨 측 변호인은 이날 법정에서 직권남용 가혹행위에 대해 인정하면서도 학대치사를 적용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라는 법률적 주장을 펼쳤다.
해당 변호인은 “군기훈련을 규정에 어긋나게 집행했다고 해서 학대치사 인정한 사례는 단 한건도 찾지 못했다”며 “이를 학대행위로 인정하면 전국 군부대에서는 조금이라도 규정에 어긋난 군기훈련 집행권자에게 형법상 학대죄, 더 나아가 학대치사죄를 인정할 수 있는 선례를 만들까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경찰이 앞서 중대장·부중대장을 송치했을 당시의 업무상 과실치사죄(금고 5년 이하)가 아닌 학대치사죄(징역 3년 이상 30년 이하)를 이들에게 적용해 기소한 바 있다.
이어진 최후 진술에서 중대장 강 씨는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진심으로 죄송하다. 반성의 시간을 보내고 있고, 용서받을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다”며 “정말 잘못했다. 지은 죄에 대한 합당한 처벌을 내려달라”고 말했다.
부중대장 남 씨는 “제가 저지른 잘못이 이곳까지 오게 했다”며 “평생 후회하고 반성하겠다.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사죄드린다”고 했다.
이날 법정에서는 피해자 박 모 훈련병의 어머니가 발언 기회를 얻어 피고인들의 엄벌을 촉구했다. 박 훈련병의 어머니는 “법정에서 군기 훈련 당시 CCTV를 보면서 아들이 살아있는 모습을 보니까 좋기도 하고 가슴이 아프다”며 “43살에 얻은 아들 한명만 죽인 것이 아니다. 남은 가족들도 팔다리를 잘라내는 숨 막히는 고통을 겪고 있다”고 울먹였다.
이어 “지휘관의 권위가 훈련병 인권을 유린해도 될 만큼 권한이 큰가. 대한민국의 법은 우리를 두 번 죽이지 않는다는 것을 이 법정에서 보여달라”고 촉구했다.
이날 재판이 끝난 뒤 피해자 측 변호인은 “흡족하지 않은 구형”이라며 “피고인들이 이날 법정에서 여전히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다”고 말했다.
피고인들에 대한 1심 선고공판은 내달 12일 오후에 열린다.
이들 중대장‧부중대장은 지난 5월 23일 오후 4시 30분쯤 육군 제12보병사단 신병교육대 연병장에서 고(故) 박 모 훈련병 등 6명에게 완전군장 상태의 보행, 뜀걸음, 선착순 1바퀴, 팔굽혀펴기 등 관련 법령을 위반한 방식의 군기 훈련을 명령, 집행하는 등 직권을 남용해 학대·가혹행위를 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박 훈련병이 사망에 이른 경위·경과를 집중적으로 수사했으며, 그 결과 '기상 조건, 훈련방식, 진행 경과, 피해자의 신체 조건을 종합하면 학대 행위로 볼 수 있는 위법한 군기 훈련으로 피해자가 사망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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