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있는 유부남 장교, 내연 女군무원과 갈등 빚다 살해(종합2보)

'위조 번호판' 만들어 추적 회피 시도…"죽일 마음 있었다" 진술
내일 오전 이름·사진 등 공개 예정

강원 화천 북한강에 30대 여성의 시신을 훼손해 유기한 혐의를 받는 30대 후반의 현역 육군 중령이 5일 춘천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마치고 나서고 있다.2024.11.5/뉴스1 ⓒ News1 한귀섭 기자

(강원=뉴스1) 이종재 기자 = 함께 근무하던 여자 군무원을 살해한 뒤 북한강에 시신을 유기한 현역 육군 장교는 내연관계이던 피해자와 말다툼하다 관계를 지속하기 어렵다고 생각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피의자는 검거 직후 범행을 시인하면서도 줄곧 ‘우발 범행’을 주장했으나 살인 전 '위조 차량 번호판'을 검색한 기록과 프로파일러의 범죄행동분석 결과 등을 토대로 사전에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고 경찰은 판단했다. 피의자도 마지막 경찰 조사에서 “죽일 마음이 있었다”고 계획 범행을 인정했다.

강원경찰청은 12일 살인 및 사체손괴, 사체은닉 혐의를 받는 A 씨(38)를 검찰에 구속 상태로 송치했다고 밝혔다.

현역 육군 중령 진급 예정자인 A 씨는 지난달 25일 오후 3시쯤 경기 과천시 소재 한 군부대 주차장에서 자신의 승용차에 함께 타고 있던 군무원 B 씨(33‧여)와 말다툼 끝에 목 졸라 살해한 뒤 그 시신을 훼손해 이튿날 화천 북한강에 유기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A 씨는 결혼해서 가정이 있고 자녀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고, B 씨는 미혼이었다. 당시 10월 28일 자로 서울 송파구 산하 부대로 전근 발령을 받은 A 씨는 전근 전 마지막 근무일이었고, 임기제 군무원이었던 B 씨는 10월 말 계약 만료를 앞두고 있었다.

B 씨는 2023년 7월부터 A 씨와 같은 부대에서 근무를 시작했고, A 씨가 옆 부서에 있는 B 씨에게 일을 가르쳐주고 도와주며 이들은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이후 올해 초 연인 관계로 발전한 이들은 지난 6월부터 수개월간 다투며 갈등을 빚어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범행 당일 출근길에도 A 씨는 B 씨와 카풀을 하면서 말다툼을 벌였고, 더 이상 관계를 지속하기 어렵다고 생각해 살해하기로 마음먹었다.

경찰 관계자는 “2차 가해 문제 등으로 인해 자세히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잦은 갈등의 원인은 서로 간에 헤어지자고 하는 문제로 다툼이 이어져 왔다”고 밝혔다.

강원 화천 북한강에 30대 여성의 시신을 훼손해 유기한 혐의를 받는 30대 후반의 현역 육군 중령이 5일 춘천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2024.11.5/뉴스1 ⓒ News1 한귀섭 기자

A 씨는 부대에 들어가기 전에는 범행 은폐를 위해 위조 차량번호판을 휴대전화로 인터넷 검색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런 행동과 사체 훼손 및 은닉, 휴대전화 문자내용 삭제, 피해자 휴대전화로 피해자 행세한 점 등을 토대로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고 있다.

당시 A 씨는 휴대전화로 인터넷 검색을 해서 자신의 SUV와 똑같은 차를 찾은 뒤 A4 용지 2장에 직접 번호를 기재해서 '위조 번호판'을 만들었다.

이후 같은 날 오후 A 씨는 부대 주차장 자신의 차 안에서 B 씨와 또다시 말다툼하다 차량에 있던 노트북 도난 방지 줄로 목을 졸라 살해한 뒤 시신을 옷으로 덮어 놓았고, 오후 9시쯤 부대 인근 공사장에서 사무실에서 가지고 나온 공구들을 이용해 사체를 훼손했다.

이튿날 오후 10여 년 전 근무했던 화천지역을 온 A 씨는 유기 장소를 물색하는 등 한참을 배회하다 밤 오후 9시 40분 북한강변으로 이동, 훼손한 사체를 강물에 던져 유기했다.

A 씨는 범행 이후 피해자 휴대전화로 피해자 가족과 지인, 직장에 문자를 보내 피해자가 살해당한 사실을 은폐하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체를 유기하러 이동할 때는 자동차 번호판을 위조해 경찰의 추적을 피하려 했다.

피의자 차 이동내역과 휴대전화 위치 확인, 주거지 탐문 등 다각도의 수사를 벌인 경찰은 이달 3일 오후 모자와 마스크를 착용한 채 서울 강남 일원역 지하도를 배회하던 A 씨를 긴급체포했다.

경찰은 검거 당시 A 씨가 지하도 입구 배수구에 버린 B 씨의 파손된 휴대전화를 발견, 압수한 뒤 피의자 휴대전화와 함께 디지털포렌식을 진행했다.

6일 오후 강원도 화천 북한강 일대에서 여자 군무원을 살해한 뒤 북한강에 시신을 유기한 현역 육군 장교의 현장 검증이 열리고 있다.2024.11.6/뉴스1 ⓒ News1 한귀섭 기자

또 경찰은 프로파일러 3명을 조사에 참여시켜 피의자의 범죄행동분석을 했다. 프로파일러들이 분석한 결과보고서는 현재 작성 중이나, 이들은 ‘사체손괴, 은닉 부분이 워낙 지능적으로 이뤄지고, 살해의 고의에 대해서도 일부 계획범죄의 성향이 보인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검거 당시 범행을 시인했지만, 줄곧 우발 범행임을 주장한 A 씨도 마지막 경찰조사에서는 “죽일 마음이 있었다”고 결국 '계획 범행'을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휴대전화 포렌식을 통해 나온 범행 당일 위조 차량 번호판 조회기록 등을 토대로 A 씨를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한편 춘천지법은 지난 11일 살인 및 사체손괴, 사체은닉 혐의를 받는 A 씨(38)가 낸 '신상정보 공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심문기일을 열고 이를 기각했다. 법원은 "(A 씨에 대한)회복하기 어려운 손해의 발생 우려가 없다"며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 발생 예방을 위한 긴급성이 없다"고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이에 따라 A 씨에 대한 신상은 오는 13일 오전 10시쯤 공개될 예정이다. 신상 공개는 잔인성‧중대한 피해, 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 국민 알권리와 공공의 이익을 충족해야 이뤄진다.

앞서 강원경찰청은 지난 7일 신상정보 공개 심의위원회를 열어 A 씨의 이름과 사진 등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A 씨가 즉시 공개에 이의를 신청하면서 경찰은 관련 법에 따라 최소 닷새(8~12일)간의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

leej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