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교육청과 전교조 충돌해 교육감 입원…'단체협약' 놓고 갈등심화

신경호 교육감 지난달 실효 선언 이후 전교조와 갈등 증폭
신 교육감 "상 조차 마음 대로 못줘", 전교조 "정치적 논란 타개"

강원도교육청과 전교조 강원지부가 지난달 28일 춘천 동면 장학리에 위치한 전교조 강원지부 사무실에서 열린 2023년 제3차 본교섭을 하기 위해 앉아 있다.2024.10.28. 한귀섭 기자

(강원=뉴스1) 한귀섭 기자 = 단체협약 실효 선언으로 시작된 강원도교육청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 강원지부의 갈등이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은 채 심화하는 분위기다.

도교육청과 전교조 강원지부의 갈등은 전임 진보성향으로 분류되던 민병희 강원도교육감 시절이던 지난 2021년 도교육청이 전교조 강원지부와 체결한 단체협약 때문이다.

단체협약에는 초등 진단평가와 일제평가 금지, 다양한 교과 및 예체능분야 경시대회 금지, 교육감 및 교육장 표창 폐지, 토요일 방과 후 교실 운영 금지가 포함됐다.

보수성향의 신경호 교육감은 취임 이후 단체협약이 도교육청의 권한을 침해, 제한한다며서 갱신을 요구했다. 이후 도교육청과 전교조 강원지부는 2023년 단체교섭을 위해 교섭소위원회를 8회, 본교섭을 2회에 걸쳐 진행했으나, 합의한 안건은 27건(5.2%)에 불과했다.

도교육청은 단체협약 사항 중 430건을 삭제(수정)해달라고 요구했으나, 전교조는 89건을 신설해달라고 요구하며 양 측 모두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강원도교육청이 10월28일 본청 2층 대회의실에 열린 기자회견장에 걸어둔 현수막.2024.10.28 한귀섭 기자

결국 신경호 교육감은 지난달 28일 본청 2층 대회의실에서 교육청 국과장, 지역교육지원청 교육장이 보는 앞에서 전교조 강원지부와의 단체협약 실효를 선언했다. 다만 교사 복지, 임금 등 처우와 관련한 협약은 유지된다는 것이 도교육청의 설명이다.

실효선언 통보 당일 오후 도교육청과 전교조 강원지부는 춘천 동면 장학리 전교조 강원지부 사무실에서 본교섭 협상을 위해 마주 앉았으나, 시작한 지 몇 분이 채 되지 않아 파행으로 끝났다.

전교조 강원지부도 물러서지 않았다. 전교조 강원지부 조합원들과 시민단체들은 지난달 31일 도교육청에 근조화환 10여개를 주문, 설치했다. 이에 반발한 도교육청 직원들은 배달차량 기사에 근조화환을 다시 싣고 갈 것을 요구했고, 전교조 강원지부는 이를 항의하는 과정에서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

이후 이날 오후 영동 지역의 한 고등학교를 방문하는 과정에서 신경호 교육감과 지역 전교조 조합원들 간의 충돌이 이어졌다. 이로 인해 신경호 교육감은 넘어져 쓰러졌고, 전교조 조합원 일부도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서울의 한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은 신경호 교육감은 다음주쯤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

10월31일 오전 강원도교육청 앞에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강원지부 등이 보낸 근조화환이 놓여있다.(전교조 강원지부 제공)

김진태 강원도지사와 강원도의회 교육위원회가 각각 전교조를 규탄하는 발언과 유감문을 내면서 불길이 정치권으로 번졌다.

일부 학부모 단체들도 신경호 교육감의 단체협약 실효선언을 지지하는 등 점차 갈등이 커지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전교조 강원지부는 지난 8일 도교육청 현관 앞에서 단체협약 실효선언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제단 위에 ‘강원교육’이 쓰인 영정과 초를 놓고 곡소리를 냈다. 전교조 강원지부가 도교육청 앞에 설치한 천막으로 근조화환은 수시로 들어오는 상황이다.

교육청 일대는 신 교육감을 지지하는 현수막과 반대 현수막이 빼곡히 달리기도 했다. 도교육청과 전교조 강원지부는 단체실효 협약을 두고 번갈아 가며 성명과 자료를 내고 있다.

당시 신경호 교육감은 “교육감 표창을 폐지한다는 조항 때문에 우리 학생들은 강원교육에서 가장 공신력 있는 교육감상 하나 제대로 받지 못한다”며 “어떠한 어려움이 있더라도 비상식적이고 불공정한 단체협약을 바로잡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전교조 강원지부는 “신 교육감이 교권을 강조하면서도 단체협약에 대해 일방적으로 실효 선언한 것은 강원 교사들을 기만하는 행태”라면서 “자신의 정치적 입지 곤란을 타개하기 위해 전교조 강원지부를 악마화하는 정치적 선언”이라고 비판했다.

han12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