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무원 살해 장교 "우발적 범행" 주장에 전문가들은 "계획 범죄" 무게
시신 훼손 방법 및 유기 장소 등 주목…"피해자와 관계도 중요"
- 이종재 기자, 한귀섭 기자
(강원=뉴스1) 이종재 한귀섭 기자 = 함께 근무하던 여성 군무원을 살해한 뒤 북한강에 시신을 유기한 현역 육군 장교가 경찰 조사에서 "말다툼 중 우발적으로 범행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범죄 심리 전문가들은 시신 훼손 및 유기 장소 등에 주목, '계획범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6일 강원경찰청 등에 따르면 육군 중령(진) A 씨(38)는 지난달 25일 오후 경기 과천 소재 군부대 주차장에서 차량에 함께 타고 있던 군무원 B 씨(33‧여)를 목 졸라 살해한 뒤 그 시신을 훼손해 이튿날 강원 화천 북한강에 유기했다.
이후 경찰에 붙잡힌 A 씨는 "말다툼 끝에 우발적으로 범행했다"는 취지로 진술했으나, 전문가들은 그가 △철거 공사장에서 시신을 훼손하고 흔적을 남기지 않은 점 △10여 년 전 자신이 근무해 지리를 잘 아는 화천 지역에서 시신을 돌덩이와 함께 비닐 자루에 담아 유기한 점 등에 주목, 사전에 치밀한 범행계획을 세웠을 가능성이 있단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용학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A 씨가 피해자와 함께) 차 안에 간 경위부터 다툼의 성격, 맥락, 관계 등 전체적인 파악이 중요하다"며 "다만 사건이 발생하고 나서의 일련의 행동은 치밀하게, 지능적으로 사안을 은폐해야 하겠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A·B 씨) 두 사람이 어떤 사이였는지가 명확해져야 한다"며 "그 과정에서 생겨난 갈등이나 해결 과정이 계획된 범행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있다. 우발적으로 살해했단 주장 자체가 두 사람 간의 갈등이 지속돼 차 안에서 살인 범행이 이뤄졌고, 증거 인멸 시도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성규 한국심리과학센터 이사 또한 "일련의 범행 과정 및 장소 선정 등이 선별적으로 이뤄진 점 등으로 보아 계획범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일각에선 시신유기 과정에서 돌을 넣어 (자루에) 넣었다는 부분 때문에 능숙한 전문기술이 사용됐다고 하는데, 이는 수중 시신유기 사건에서 대부분의 범인이 쓰는 수법"이라며 "오히려 (물 위로) 떠오를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고 그런 식으로 유기했다는 게 상당히 엉성한 수법이다. 살인까진 동기와 계획성이 있었을지 몰라도 이후 처리 방법은 고심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전문가들은 이 사건이 우발적 범행인지 치밀한 계획 하에 이뤄진 것인지를 판단하려면 먼저 범행 동기 등이 구체적으로 파악돼야 한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현재 경찰은 A의 범행 동기를 객관적으로 규명하기 위해 프로파일러를 조사에 참여시켜 범죄행동분석을 하고 있다. 전날 암호 해제한 피의자 휴대전화에 대한 분석도 진행 중이다.
경찰은 7일 오후 신상 공개 심의위원회를 개최하고 구속 중인 A 씨의 신상 공개 여부 또한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leej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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