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포호 '인공분수 설치'관련 현수막 300여개…갈등 '격화'
"석호 기능 복원" vs "생태계 파괴된다" 대립
- 윤왕근 기자
(강릉=뉴스1) 윤왕근 기자 = 강원 강릉시가 수질개선을 이유로 동해안 대표 석호(潟湖)인 경포호에 물순환 시설 및 수중 폭기시설(인공분수) 설치를 추진하자 지역에서 찬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5일 오전 경포호는 인공분수 설치를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이들을 비판하는 현수막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강릉시에 따르면 경포번영회를 비롯해 숙박업소, 통장협의회를 비롯한 각종 단체에서 설치한 현수막은 대략 300여개다.
대부분 '경포호 살리는 길은 오직 분수설치 뿐' '분수설치 될 때까지 투쟁' '지역경제 살리는 분수설치 적극 환영' 등 분수 설치를 찬성하는 내용이다.
이날 찬성 단체로 구성된 '강릉시민사회단체 협의회'는 인공분수 설치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협의회는 "경포호 관련 현안 사업마다 환경단체의 반대로 무산된 경험으로 현재의 경포호는 수질이 더 악화되고 악취가 심해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멀어지고 있다"며 "경포호 분수 설치사업은 환경개선의 일환으로 물 순환시설과 분수를 포함한 적정규모의 산소를 공급하는 폭기시설을 설치해 석호의 순기능을 복원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강릉시는 강릉 경포대와 경포호 내외 수질개선을 위해 250억 원을 투입해 길이 400m, 최고 높이 150m의 인공분수(수중 폭기시설)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시는 해당 사업 추진을 위해 최근 사업 설명회를 열고 주민동의서를 받고 있다.
또 연내 강원도도립공원위원회 심의를 거쳐 기본·실시설계에 착수하겠다는 계획이다. 사실상 분수 설치를 위한 '9부 능선'인 도 심의를 앞두고 찬반 갈등이 격화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지난달 23일 '경포호수 인공분수 설치를 반대하는 시민모임'은 강릉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포 호수 대규모 인공분수 설치 사업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경포호수는 6000년의 역사를 지닌 석호로 생태계의 보고이자 강릉지역의 소중한 자연유산"이라며 "생태 경관자원인 석호에 인공 구조물이 한번 설치되면 자연호로서의 가치가 상실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인공분수를 설치하고자 하는 장소는 경포호를 찾는 겨울 철새들의 주요 먹이터"라며 "인공분수에서 나오는 물이 호수 내 추가적인 흐름을 발생시키면, 퇴적물의 분산이 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반대단체는 오는 6일 인공분수 설치 반대 2차 기자회견을 열며 찬성단체에 맞불을 놓을 계획이다.
특히 경포호에 내걸려 있는 찬성단체의 현수막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강릉시가 이를 방관하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인다.
강릉시 관계자는 "현재 경포번영회 등에 현수막을 철거하라는 행정계고장을 송부한 상태"라며 "옥외광고물법엔 집회 활동에 의한 현수막 철거 행정대집행은 적용배제가 돼 있어 함부로 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법제처의 관련 유권해석도 애매한 부분이 있고, 강제 철거시 사법부에서 지자체가 잘못으로 판단되는 경우도 많다"며 "일단 계고를 통해 자진철거하는 방향으로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wgjh654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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