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 제자 폭행한 여자 국대 출신 농구코치 2심도 집유

춘천지법 전경./뉴스1
춘천지법 전경./뉴스1

(춘천=뉴스1) 이종재 기자 = 농구 시합이나 연습경기 성적이 좋지 않았단 이유로 어린 제자들을 여러 차례 때린 여자농구 국가대표 출신 코치가 2심에서도 유죄 판결을 받았다.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제1형사부(민지현 부장판사)는 16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 씨(50·여)의 항소심에서 원심과 같은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 씨에 대한 4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강의 수강과 3년간 아동 관련기관 취업제한 명령도 유지했다.

지난 2010년 9월부터 강원 춘천의 한 초등학교 농구부 코치로 근무한 A 씨는 2013년 12월 B 양(당시 10세)이 경기를 잘하지 못했다며 손바닥으로 팔과 등 부위를 2차례 때리는 등 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A 씨는 다른 제자 7명을 상대로 2015년 3월부터 2020년 1월 중순까지 총 15회에 걸쳐 신체적 학대를 한 혐의도 받는다.

A 씨는 1심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들을 때리거나 신체적 학대를 한 사실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 News1 DB

그러나 재판부는 피해자들이 최초 고소장 또는 진술서 작성 당시부터 수사기관 조사를 거쳐 법정에 이르기까지 피해 사실을 상당히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진술한 점과 조사한 증거들을 종합해 A 씨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피해 학생들은 "연습게임을 뛰다 발목을 다쳤는데 A 씨가 '뭘 잘했다고 우느냐'며 뺨을 때렸다" "작전시간마다 '왜 그렇게 못하느냐'고 때렸다" "연습경기 중 A 씨가 '너 코트 밖으로 나가'며 머리채를 끌어당겼다"는 등의 진술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1심 재판부는 "학교 체육에서 지도자의 폭력행위는 어린아이들에게 한평생 지워지지 않는 고통스러운 기억이 될 수 있을뿐더러 '체육활동' 자체에 대한 부정적, 왜곡된 인식을 심어줄 소지도 있다"며 "농구부 코치인 피고인은 어린 피해자들을 여러 차례 폭행하고 학대해 그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A 씨가 피해자들을 순전히 괴롭히려는 목적의 악의를 갖고 범행했다고 보이지 않고, 범행 이전엔 아무런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을 참작해 징역형의 집행유예 판결을 했다.

이 판결에 불복한 A 씨 측은 '형량이 무겁다'고 항소했으나 2심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leej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