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병 사망' 중대장‧부중대장 책임전가…"가군장 지시"vs"기억 안나"

또 다른 피해 훈련병 변호인 "학대치상 혐의 추가 적용을"

육군 12사단 '훈련병 사망' 사건과 관련해 규정을 어긴 군기훈련(얼차려)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 중대장이 6월 21일 강원도 춘천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마치고 나서고 있다. 2024.6.21/뉴스1 ⓒ News1 이종재 기자

(춘천=뉴스1) 이종재 한귀섭 기자 = 지난 5월 육군 신병교육대에서 발생한 훈련병 사망사건과 관련해 규정을 어긴 군기훈련(얼차려)을 지시한 중대장과 부중대장에 대한 증인신문과 피고인신문 절차가 마무리됐다.

춘천지법 제2형사부(김성래 부장판사)는 11일 학대치사와 직권남용 가혹행위 혐의로 기소된 중대장 강모 씨(27‧대위)와 부중대장 남모 씨(25‧중위)에 대한 네 번째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이들은 이날 차례로 증인신문을 하며 당시 상황에 관해 설명했다. 강 씨는 “‘완전군장 군기훈련’을 진행하겠다는 남 씨의 보고를 받았으나, (훈련병들이) 입소 2주밖에 되지 않은 점을 고려해 무거운 물품을 뺀 가군장 상태로 실시하라고 지시했다”며 “군기 훈련 중 쓰러진 훈련병의 군장에서 책이 쏟아지자, 그때야 책을 넣은 사실을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남 씨는 “완전군장을 언급했을 수도 있으나 그 부분은 기억이 애매하다”면서도 “(중대장이) 당시 군장에서 책이 쏟아진 모습을 보고도 아무런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고, 나중에 둘이 대화할 때도 완전군장에 넣은 책과 관련한 얘기를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최초 지시한 군기훈련(연병장 2바퀴 보행)이 끝난 뒤에 나타난 중대장이 뜀걸음 등을 지시했다”고 책임을 떠넘겼다.

이날 법정에서는 사건 이후 두 사람이 나눈 통화 내용도 공개됐다. 강 씨는 남 씨와 통화한 뒤 이틀 후에 경찰 수사관에게 이메일을 보내 자신이 부중대장에게 가군장을 지시했는지, 부중대장이 조교에게 완전군장을 지시했는지 등에 대해 수사해달라고 요청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11일 춘천지법에서 시민·단체들이 지난 5월 육군 신병교육대에서 발생한 훈련병 사망사건과 관련, 학대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중대장 강모 씨(27‧대위)와 부중대장 남모 씨(25‧중위)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고 있다. 2024.10.11/뉴스1 한귀섭기자

또 이날 또 다른 피해 훈련병 A 씨의 변호인 측은 “A 씨가 사건 이후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진단을 받은 점을 고려해 학대치상 혐의를 추가로 적용, 공소장 변경을 검토해달라”며 “피고인들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 이뤄지길 희망한다”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재판이 끝난 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피고인들은 ‘본인들이 불리할 때는 명령에 의해서 할 수밖에 없는 선택이었다’고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피해자에게 사과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음 재판은 내달 12일 오후에 열린다.

이들 중대장‧부중대장은 지난 5월 23일 오후 4시 30분쯤 육군 제12보병사단 신병교육대 연병장에서 고(故) 박 모 훈련병 등 6명에게 완전군장 상태의 보행, 뜀걸음, 선착순 1바퀴, 팔굽혀펴기 등 관련 법령을 위반한 방식의 군기 훈련을 명령, 집행하는 등 직권을 남용해 학대·가혹행위를 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박 훈련병이 사망에 이른 경위·경과를 집중적으로 수사했으며, 그 결과 '기상 조건, 훈련방식, 진행 경과, 피해자의 신체 조건을 종합하면 학대 행위로 볼 수 있는 위법한 군기 훈련으로 피해자가 사망했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경찰이 앞서 중대장·부중대장을 송치했을 당시의 업무상 과실치사죄(금고 5년 이하)가 아닌 학대치사죄(징역 3년 이상 30년 이하)를 이들에게 적용해 기소했다.

leej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