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 대포항 유람선…어민 반대로 수개월째 배 한번 못 대

어촌계 "수심 얕아 위험" 주장에 사업자 "문제 없다" 반박

최근 속초 대포항 입항을 시도 중인 742톤급 유람선.(선사 제공) 2024.10.7/뉴스1

(속초=뉴스1) 윤왕근 기자 = 강원 속초지역 대표 복합관광 어항인 대포항을 모항으로 하는 관광 유람선이 취항을 앞두고 일부 어업인의 반대로 입항조차 못 하는 등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8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속초 대포항을 출발해 양양 낙산, 고성 천진 코스 운항을 계획 중인 742톤급 유람선 A 호는 지난 5월 대포항 관광부두 점·사용 허가를 받았다.

이에 A 호는 이미 설악권 해상을 오가며 손님을 실어 날라야 했지만, 3개월이 넘도록 대포항에 배 한 번 대지 못하고 있다. 어촌계 등 일부 어업인이 해당 유람선 입항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A 호는 이달 1일과 5일 등 이달 들어서만 2차례 대포항 입항을 시도했다. 그러나 지역 어업인들은 항구에 어선을 먼저 정박시키거나 해상에 '도넛 부표'를 설치하는 방식으로 유람선 진입을 막았다.

이들 어업인이 이미 지자체 허가까지 받은 유람선 입항을 막는 이유는 '안전' 때문이라고 얘기한다.

이형철 대포어촌계장은 "해당 부두는 수심이 얕아 700톤급 이상 유람선이 오갈 경우 좌초의 위험이 있다"며 "대포항은 300톤급 선박을 최대치로 해서 준설된 것"이라고 말했다.

대포항 수심은 3m가 채 되지 않는 데 반해 A 호 하단부(물에 잠기는 부분)는 3.5m에 이른다는 게 어촌계 등 지역 어업인들의 주장이다.

반면 유람선 사업자는 대포항에서 수심이 가장 얕은 곳은 3m 미만이 아니라 '5m'로서 A 호 정박엔 아무런 문제가 없고, 유람선 정기 검사에서도 이미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왔다며 지역 어업인들의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유람선 대포항 입항을 막고 있는 어선들.(선사 제공) 2024.10.7/뉴스1

유람선 사업자 측은 특히 이 사업 추진 당시 설문조사를 통해 항내 상인들의 동의를 얻어 속초시에 제출했으나, 일대 멍게 양식업자 등 일부만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람선 사업자인 홍우길 B 사 대표는 "유람선이 정박할 대포항 내 관광 부두는 일반 어민이 사용하지 않아 어민들에겐 전혀 피해가 가지 않는다"며 "해당 장소에서 위판하는 일부 어업인들이 반대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해당 부두는 일부 어민의 작업장 용도로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 대표는 "일부 어업인의 반대로 입항이 무산되면서 운항비·인건비 등 한 달에 1억 원씩 손해를 보는 지경"이라며 "더 이상 적자를 감수할 수 없어 입항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람선 사업자는 수년 전부터 이 사업을 위해 대포항 유람선 부두 점용허가를 신청해 왔지만, 속초시는 '어항 영향'을 이유로 반려했다. 이에 사업자는 강원도 행정심판위원회를 거쳐 지난 5월 허가를 획득했다. 심판위 재결에 따라 속초시도 부두 사용을 허가했다.

아울러 속초시는 해당 부두에 설치된 어업인 작업장을 무단 점유로 판단, 강제 철거를 예고하는 행정대집행 처분을 내린 상태다.

이상운 속초시 해양수산과장은 "공문을 통해 11월 11일까지 해당 시설을 철거하라고 주문한 상황"이라며 "자진 철거를 하지 않을 땐 적절한 시점에 행정대집행을 실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유람선 입항에 반대하는 어업인들은 어항시설 사용 점용 허가 취소 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다. 게다가 유람선 사업자는 추후 입항을 '재시도'하겠다고 밝혀 그에 따른 물리적 충돌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속초 대포항 전경.(뉴스1 DB)

wgjh654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