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수·정전·거대 싱크홀…최대 600㎜ '극한 호우'에 피해 속출(종합3보)

이틀간 한라산 606㎜·창원 514㎜ 등 전국 물폭탄
900여명 대피…고분 붕괴·농작물 피해도

21일 오전 충북 청주시 석소동에서 집중호우로 인해 도로가 침수되어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고립된 택시차량을 이동 조치하고 있다. (소방청 제공) 2024.9.21/뉴스1

(전국=뉴스1) 신관호 기자 = 14호 태풍 풀라산에서 약화한 열대저압부가 우리나라를 지나면서 전국이 500~600㎜ 안팎의 '극한호우'를 겪었다.

전날부터 내린 비에 강풍까지 겹치면서 땅 꺼짐(싱크홀)을 비롯해 침수, 낙석, 정전 사고가 이어졌고 900여명의 주민이 집을 떠나 대피해야만 했다.

21일 기상청에 따르면 20일 0시부터 이날 오후 9시 30분까지 전국 주요지점 누적 강수량은 제주의 경우 삼각봉 606.5㎜, 사제비 419.5㎜, 경상권의 경우 창원 진북 514.55㎜, 부산 398.65㎜ 등으로 집계됐다.

전라권에선 여수 산단 400.5㎜, 순천 375.2㎜, 강원에선 속초 설악동 368.5㎜, 인제 미시령 297.0㎜, 강릉 201.5㎜ 등의 누적 강수량을 기록했다. 수도권과 충청권 주요 지역도 200㎜ 안팎의 강수량 기록한 곳들이 있다.

남부지방과 제주도, 강원 영동에는 여전히 시간당 5~10㎜의 비가 내리는 곳이 있다. 호우특보는 이날 오후 9시 30분을 기해 모두 해제됐으나 강한 비로 인해 전국에선 각종 피해가 잇따랐다.

이날 오후 제주 애월읍에선 강풍에 고압선이 훼손돼 580가구 이상이 정전 피해를 입었다. 전남 광양에서도 나무가 쓰러지며 전신주를 덮쳐 900가구에 전기 공급이 끊겼다.

21일 오후 전남 해남군 문내면 선두리에서 집중호우로 인해 마을이 침수되어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주택에 고립된 주민들을 구조하고 있다. (소방청 제공) 2024.9.21/뉴스1

침수 피해도 잇따랐다. 전남 해남의 한 주택가에는 성인남성 허리 높이까지 물이 들어찼고, 충북 옥천군의 한 굴다리에선 차량 3대가 침수됐다.

충북 청주에선 환희교 일원의 홍수경보로 인근 보육원 50여 명이 대피하는 일도 있었다. 하천 범람 및 산사태 우려로 경남 김해와 창원, 진주, 합천 등에서도 160여 명이 안전시설로 몸을 피했다. 연천군 임진강 최북단 남방한계선에 위치한 필승교 수위가 1m를 넘어 주변 행락객, 주민 대피 안내도 이뤄졌다.

부산 사상구에서는 이날 오전 도로에 가로 10m, 세로 5m, 깊이 8m가량의 대형 싱크홀이 생기면서 트럭 2대가 빠지는 사고도 났다. 성남시 분당구 백현동 카페 문화거리에도 넓이 1.8m, 깊이 2m 규모의 싱크홀이 생겼다.

전북의 군산과 익산, 김제, 고창에선 벼가 쓰러지고 원예작물이 침수되는 등 농작물 피해신고가 속출했다.

피해는 더 있었다. 인천 강화군 송해면에선 철산교 인근 바위가 떨어졌고, 옹진군 연평면 아리까리 도로 주변 언덕이 무너져 도로가 통제됐다. 강원에서는 나무가 쓰러졌다는 신고가 속출했다. 춘천 국도 5호선 주변에선 토사가 유출되고 낙석도 발생했다. 충남 서산에선 우수저류시설이 범람해 한 공원이 물에 잠겼고, 태안에선 캠핑장이 침수됐다. 경남 김해에선 대성동고분군 일부가 붕괴되기도 했다.

한편 강원 영동과 경북 북동산간, 북부동해안, 제주에는 22일 밤까지 비가 내리겠다.

skh88120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