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기관 속여 연구비 8000만원 챙긴 국립대 교수, 항소심서 '선고 유예'

재판부 "범행 인정하고 피해금액 모두 공탁"

춘천지법.(뉴스1 DB)

(강원=뉴스1) 한귀섭 기자 = 고가의 연구 장비를 사기 위해 수십차례에 걸쳐 소모성 연구 재료를 산 것처럼 허위 청구해 연구비 지원기관을 속인 국립대 교수가 항소심에서 감형받았다.

춘천지법 형사1부(심현근 부장판사)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A 씨(50)에 대한 항소심 공판에서 원심(징역 6개월·집행유예 2년)을 파기하고 선고를 유예했다고 20일 밝혔다.

도내 한 국립대 부교수로 재직 중인 A 씨는 지난 2018년 6월부터 2021년 1월까지 총 31회에 걸쳐 소모성 연구재료비를 집행한 것처럼 허위 청구해 약 8000만 원 상당을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

조사 결과, 그는 대학 산학협력단을 통해 한국연구재단이 지원하는 각종 연구과제 사업을 진행해 오던 중 '3000만 원 이상의 고가 연구 장비를 구입하려면 별도의 사전 승인이 필요하고, 지원받는 연구비론 이를 구입하기 부족한 상황'이란 등의 이유로 이같이 범행했다.

A 씨는 이 같은 범행으로 3000만~5000만 원에 이르는 연구 장비 3대를 구입했다.

이뿐만 아니라 A 씨는 2019년 4월부터 1년간 총 36회에 걸쳐 실제 연구회의 등에 참여하지 않은 연구원들의 식대 명목으로 100만 원을 챙긴 혐의도 받는다.

A 씨는 재판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으나, 1심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에 A 씨는 '형이 무겁다'며 항소를 제기했고, 2심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항소심 재판부는 "A 씨가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고, 당심에 이르러선 이 사건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있으며, 위 피해 금액을 모두 공탁했다"고 설명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연구재료비 명목 사기죄와 관련, 편취한 연구비로 대금을 결제한 연구 장비를 실제 연구에 사용했고 대학교에 보관하고 있다"며 "학생들과 함께 사용하고 있는 등 피고인이 위 장비를 개인적 이익만을 위해 구입·사용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회의 식대 명목 사기죄와 관련해선 실제 회의가 개최됐고 각 회의 당 추가로 청구한 금액이 최대 6만 원을 넘지 않았던 점을 함께 고려하면 이 사건 범행과 관련해 피고인의 편취 범의나 불법영득의사가 비교적 크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부연했다.

han12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