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캠프페이지 혁신지구 탈락 '네탓만'…시민들 피로감 쌓여

개발방향 두고 갑론을박 이어지다 도시재생혁신지구 공모 탈락
시민단체 "원안대로 개발"vs 육 시장 "모두 힘과 지혜 모아야"

춘천 캠프페이지 부지.(뉴스1 DB)

(춘천=뉴스1) 한귀섭 기자 = 강원 춘천 옛 캠프페이지는 개발방향을 두고 엇박자가 나면서 도시재생혁신지구 공모 사업에 탈락했다. 결국 사업은 원점에서 재검토되고 여야 정치권, 시민단체가 남 탓을 하면서 또다시 언쟁을 벌이는 가운데 시민들은 피로감만 쌓이고 있다.

17일 뉴스1 취재 결과 춘천 근화동 일대 허허벌판으로 남겨진 옛 캠프페이지는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3월 근화동에 들어섰다. 2005년 3월 미군이 철수하며 부대가 폐쇄됐고, 2007년 부지가 춘천시에 반환됐다.

2013년 6월 마침내 캠프페이지 부지는 시민에게 전면 개방됐다. 하지만 반환 전부터 지역사회에서 논의된 개발 방향은 갈피를 잡지 못하며 세월이 흘러갔다.

시와 시민사회단체는 공원, 관광지, 행정타운, 첨단연구단지 조성으로 구체적인 개발 방향에 대한 의견이 갈려 번번이 사업 추진을 하지 못했다. 민선 7기 들어서면서 캠프페이지에 공원을 만들겠다는 밑그림을 그렸으나 문화재 발굴과 토양오염으로 멈췄다.

그럼에도 시간은 흘러갔고 ITX-청춘열차가 생기며 관광객들이 몰려왔고, 춘천대교와 레고랜드가 만들어지면서 춘천역 일대가 확장되기 시작했다.

춘천 캠프페이지 개발 방안.(뉴스1 DB)

하지만 캠프페이지 일대는 여전히 개발이 멈춰지며 낙후지역으로 변해 지역민들은 큰 불만을 갖게 됐다.

민선 8기 새로운 시정이 들어선 춘천시는 기존대로 캠프페이지 내 공원 조성과 함께 숙박, 첨단산업 등 개발을 통한 새로운 청사진을 제시했다. 일대 주민들은 크게 환영했다.

하지만 강원 춘천 시민사회단체는 이전 결정 과정을 백지화한 캠프페이지 도시재생 혁신지구 계획에 대한 재검토를 촉구했다.

그럼에도 육동한 시장의 춘천시는 국토교통부 '도시재생 혁신지구 국가시범지구'에 캠프페이지 활용하는 방안을 강조했다. 도시재생 혁신지구는 대도시 및 지방 거점도시에 있는 대규모 유휴부지를 활용하는 사업이다.

춘천시가 추진하는 캠프페이지 개발 방향에 찬성하는 주민들.(뉴스1 DB)

개발면적은 51만㎡ 규모이며, 사업비는 2조원으로 추산된다. 부지는 녹지용지, 복합용지1·2, 공원용지, 공공용지, 주거용지로 나눠 개발된다.

하지만 이같은 사업계획에 지역은 물론 시민단체, 여야에서도 극심한 갈등을 빚었다. 시민단체는 아파트가 아닌 대부분 공원을 지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시는 사업성을 위해 아파트는 필수적이라고 반박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시는 사업을 밀어붙였으나,최종 공모에 선정되지 못했다. 공모 탈락을 두고 시는 의도적인 방해로 탈락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 반면, 시민단체는 절차부터 지키지 않은 공모였다면서 반박했다.

캠프페이지 개발 방향은 또다시 원점에서 재검토하게 됐다. 시는 계획을 보강한 후 옛 캠프페이지를 개발하기 위한 해법을 찾아 나선다는 계획이다.

춘천시가 추진하는 캠프페이지 개발 방향에 반대하는 시민단체.(뉴스1 DB)

오동철 춘천시민사회단체 네트워크 운영위원장은 “사실 이번 사안은 논란이 될 게 아니었다. 2018년 원안대로 갔으면 이런 갈등조차 없었는데 갑자기 새로운 방향으로 추진하면서 시간만 낭비하게 됐다”며 “개발이 꼭 상가를 짓고 아파트만 짓는 게 아니라 춘천 색깔에 맞는 개발방식이 더 발전적이고 시민들에게 꼭 필요한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나철성 강원평화경제연구소장은 “이전대로 했다면 논란이 없었는데 육동한 시장이 들어서면서 전체를 엉클어 버렸다”며 “시민들 위하는 개발이라기보다는 업자들을 배불리는 사업에 불과하다. 빠른 시일 내에 이전대로 사업을 추진해 시민들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춘천에 거주하고 있는 한 30대 시민은 “춘천하면 다들 공무원 도시라고만 한다. 일자리는 없고, 있더라도 저임금에 불과해 젊은 사람들이 오려고들 하지 않는다”며 “캠프페이지가 개발돼 활기찬 도시로 변하길 바랐는데 아쉽다”고 밝혔다.

육동한 시장은 최근 사업에 탈락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캠프페이지가 다시 안갯속에 빠지는 일이 없도록, 저는 춘천시의 미래를 위해 흔들림 없이 나아갈 것”이라면서 “춘천의 밝은 미래를 위해 우리 모두의 힘과 지혜를 모아 함께 나아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han12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