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정 사건" vs "짜 맞추기"…2004년 영월살인사건 첫 공판 신경전

오늘 오전 춘천지법 영월지원서 1회 공판
검찰·변호인 입장 첨예…10월 10일 속행

춘천지법 영월지원. (뉴스1 DB)

(영월=뉴스1) 신관호 기자 = ‘2004년 강원 영월 영농조합 간사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돼 구속된 50대 남성에 대한 첫 공판에서 검찰과 용의자 변호인이 첨예한 입장차를 보였다. 검찰은 ‘강한 집착’에서 비롯된 치정이 얽힌 사건이라고 밝혔고, 변호인은 ‘짜 맞추기’라며 반박했다.

12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춘천지법 영월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이민형)는 이날 살인 혐의로 구속 기소된 A 씨(59‧당시 39)에 대한 1회 공판을 열었다. A 씨의 구속 후 첫 정식재판이다. 지난 7월 재판은 A씨와 검찰의 의견을 조율하는 ‘공판준비기일’이었다.

첫 공판에서 검찰은 A 씨가 2004년 8월 9일 오후 영월군 영월읍 소재 한 영농조합 사무실에서 간사 B 씨(당시 40‧남)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또 A 씨가 B 씨를 불상의 둔기로 수차례 때리고, 흉기로 수차례 찌르는 수법으로 범행한 혐의라고 부연했다.

검찰은 A 씨의 범행동기가 치정에 있다고 판단했다. 사건 발생 전 A 씨와 내연관계를 가졌던 한 여성이 B 씨와도 내연관계를 맺는 등 이 같은 점이 범행동기라는 취지로 공소사실을 밝혔다.

또 검찰은 A 씨가 ‘교제 중인 여성에게 강하게 집착했다’는 취지의 주장도 펼쳤고, A 씨가 기회를 엿보다 사건 당시 알리바이(영월군 김삿갓면 한 계곡에서 가족과 휴가를 보냈다는 내용)로 밝혔던 장소에서 사건발생 장소까지 아반떼 승용차를 타고 이동해 범행했다고 판단했다.

이 밖에 검찰은 그간 기소과정에서 밝힌 ‘사건현장 족적 감정결과’와 ‘통신내역’도 이미 재판부에 근거로 제시한 바 있다.

이런 검찰의 입장에 변호인은 '사건 발생 당시 A 씨가 여행 중이었고, 그가 B 씨를 살해한 사실 자체가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한다고 반박했다.

특히 변호인은 △족적 관련 샌들이 당시 흔했던 점 △A 씨가 임의 제출한 샌들에 B씨의 혈흔과 유전자가 없었던 점 △A 씨가 사건당일 계곡을 벗어난 이유가 아이스크림과 맥주를 사기 위한 행동이었던 점 △2004년 당시 계곡에서 사건발생 장소로의 이동시간을 고려할 때 범행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점을 주장했다.

여기에 변호인은 사건당시 목격자 진술도 짚었다. 변호인은 “진술 내용엔 사건현장 주변에서 2명의 남녀가 검은 봉고차에 가방을 실었다고 하는데, 인상착의와 차량 종류가 당시 A 씨, A 씨와 함께 있던 친척 여동생하고 다른 점이 있다”고 반박했다.

변호인은 또 “말이 되지 않는다. 짜 맞추기 수사”라며 “당시 수사에서 거론된 한 부부의 허위진술이 있고, 피해자와 조합 측의 갈등이 있었던 점 등 다른 이유에서의 우발 범행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다음 공판은 오는 10월 10일 오후 3시 30분 열릴 예정이다.

skh88120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