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정지 환자만 수용" "야간엔 셧다운"…이런 응급실들 사상 초유 (종합)
강원대병원 ‘성인 야간 진료 중단’, 아주대병원 ‘목요일 제한 운영’
대전‧대구 축소 운영 없어…“장기화 땐 응급의료 위기 예외 아냐”
- 이종재 기자, 김기현 기자, 남승렬 기자, 허진실 기자
(전국=뉴스1) 이종재 김기현 남승렬 허진실 기자 = 의료 공백이 장기화하면서 대형병원 응급실 문이 닫히고 있다. 전문의 부족으로 인력난을 겪고 있는 대형병원들은 ‘성인 야간 진료 중단’, ‘매주 목요일 응급실 제한 운영’ 등의 방식으로 응급실 운영을 축소하면서 의료 공백 우려가 커지고 있다.
3일 춘천 강원대병원 응급실 앞에는 ‘성인 야간 진료 제한(오후 6시~다음날 오전 9시)’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강원대병원은 응급의료센터에 근무하는 총 5명의 전문의 중 2명이 최근 휴직 등으로 인해 근무 인원 감소가 예정되자 24시간 운영이 불가피하다고 판단, 지난 2일 오후부터 성인 야간 진료를 무기한 중단했다.
강원대병원 응급실 제한 운영은 개원 이래 처음이다. 추석 연휴 기간(15~18일)과 소아‧청소년과는 정상 진료할 예정이지만 진료 정상화 시기는 미정이다.
이에 따라 전날 오후 6시부터 이날 오전 9시까지 병원 응급실을 찾은 주민들은 진료도 받지 못한 채 발걸음을 돌렸다. 응급 환자 대다수는 한숨을 내쉬며 인근 한림대병원이나 인성병원으로 각각 이동해야만 했다.
강원대병원 응급실 성인 야간진료 중단으로 인근 병원들도 긴장하고 있다. 인근 병원도 입원 병상 부족 등 환자 수용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강원대병원 측은 “응급의학과 전문의 부족으로 인해 부득이하게 응급의료센터 축소 운영을 결정하게 됐다”며 “응급의학과 전문의와 지속해서 논의하고, 전문의 충원으로 상황의 조속한 정상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오는 4일부터 강원대병원을 비롯해 세종충남병원, 이대목동병원에 군의관을 추가로 배치하기로 했다.
'전문의 이탈'로 인력난을 겪고 있는 경기 수원시 아주대병원은 오는 5일부터 매주 목요일 응급실 제한 운영에 나선다.
아주대병원은 이달 5일부터 '권역응급의료센터 제한 진료'를 시행한다. 목요일 오전 7시부터 24시간 동안은 16세 이상 '심정지 환자만 수용'하겠다는 것이다.
아주대병원은 이를 위해 이번 목요일 오전 5시부터 신규 환자 접수를 멈추고 오전 6시까지 각 임상과에서 의뢰된 환자 퇴원과 입원 처방 등을 정리할 계획이다.
병원 측은 소아응급실 역시 기존처럼 수·토요일 각 오전 7시부터 24시간 진료를 중단하겠다는 방침이다.
아주대병원 관계자는 "의료진 피로도 등을 감안해 '최중증' 환자 위주로 받겠다는 뜻"이라며 "중증 환자를 계속 치료하려면 그게 최선이라고 결론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병원 측의 응급실 제한 운영에 따라 일부 응급 환자 진료 차질을 빚을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아주대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 소속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당초 14명이었으나 올해 들어 3명이 사직해 현재 11명이 근무하고 있다.
대전지역 대학병원 5곳 가운데 응급실 축소하거나 진료 시간을 단축한 곳은 현재까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역에서 규모가 가장 큰 충남대병원은 현재 응급의학과 교수 11명이 근무 중이며 전공의 이탈 이후 사직한 인원은 없다.
지역 상급종합병원인 건양대병원은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8명에서 6명으로 줄었지만, 응급실 병상 축소 없이 24시간 운영 중이다.
대전의 유일한 권역외상센터인 을지대병원의 경우 응급의학과 교수 5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이전과 같이 응급실 33개 병상을 정상 가동 중이다.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과 대전선병원도 응급실 진료를 축소·단축하지 않고 평소와 같이 22개, 21개 병상을 운영하고 있다.
대전 대학병원 대부분은 응급실 단축 진료, 병상 축소 등을 검토하고 있지 않으며 다가오는 추석 연휴에도 정상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의사 인력 부족이 지속될 경우 대전도 응급의료 위기에서 예외일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구권 상급 종합병원은 현재까지 대체로 안정적인 기류를 보이고 있다. 다만 전공의 사직서 수리가 본격화되고 인원 충원이 제 때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응급실 대란'은 초읽기에 들어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일부 대학병원에서는 사직서 수리가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지역 한 병원 관계자는 "전공의들이 빠진 상태로 응급실이 운영되고 있다"며 "현재까지 운영 파행이나 어려움은 없지만, 향후에도 의료 인력이 충원되지 않으면 위기가 현실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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