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0만원 들여 '초호화 크루즈' 출장가는 의원들…시민은 '자부담'

속초시의원 여야 4명 일본 출장…직원 포함 총 1700만 원 소요
같이 가는 '체험단' 자부담 90만 원…"오히려 경비 줄인 격" 해명

오는 17일 속초시민으로 구성된 '속초항 모항 크루즈 체험단'과 속초시의원 4명을 태우고 일본으로 떠날 11만톤급 크루즈 '코스타세레나'호. 사진은 지난해 6월 속초항 입항 당시 모습.(뉴스1 DB) 2024.9,3/뉴스1 윤왕근 기자

(속초=뉴스1) 윤왕근 기자 = 강원 속초시의회 일부 여야 의원들이 '초호화 크루즈'를 타고 관광 팸투어 일정이 포함된 일본 출장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3일 속초시의회에 따르면 국민의힘 소속 A 부의장과 같은 당 B 의원, 더불어민주당 소속 C·D 의원은 오는 17~21일 일본으로 국외공무출장을 떠난다.

이번 출장은 속초항을 모항으로 둔 월드크루즈 '코스타 세레나호'를 타고 속초를 출발해 일본 사카이미나토~가나자와~마이즈루을 기항한 후 부산항으로 돌아오는 4박5일 코스다.

출장 경비는 이들 4명과 의회사무과 직원 2명을 포함해 1739만 원이 소요된다. 의원 1명당 출장경비는 290만 원 안팎이다.

이번 출장은 속초시가 크루즈 산업 활성화를 위해 올해 처음으로 실시한 '속초항 모항 크루즈 체험단'과 함께 일정을 소화하는 성격이다. 이에 4박 5일 일정 중 출·입항을 제외한 3일은 공무 일정 중간 '기항지 관광 팸투어'가 매일 포함돼 있다.

의원들이 타고가는 코스타 세레나호는 11만4261톤급의 월드크루즈 선박이다. 63빌딩(249m) 높이보다 긴 길이 290m의 규모로, 대극장을 비롯한 공연장과 카지노, 수영장 등을 갖추고 있다.

이들 의원은 출장계획서에 '속초항 모항 크루즈 기항지 벤치마킹을 위한 국외출장'이라고 적어 냈다.

이들은 이번 출장을 통해 '기항지' 항만인프라를 견학하고 현지 단체장을 만나 크루즈 산업 협력관계를 구축하겠단 목적을 밝혔다. 또 '선진 기항지'인 현지 인프라를 시찰하고 관광상품을 벤치마킹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그러나 '속초시민'으로 구성된 '크루즈 체험단'은 대부분 같은 일정에도 이번 투어를 '자부담'으로 참가하지만, '의원님'들은 '세금'으로 다녀온다는 것이 아이러니라는 지적이다.

실제 속초시가 모집한 이번 '크루즈 체험단' 15개팀 30명은 약 90만 원의 자부담을 들여 이번 투어에 참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총 197개팀·558명이 신청한 이번 모집은 18.6대의 1의 경쟁률을 보이는 등 경쟁이 치열했다.

속초시의회 전경.(뉴스1 DB)

취재 결과 당초 속초시의회 의원들은 지난 7월 25일 열린 시의회 제1차 정례위원회에서 이번 팸투어에 '불참'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고 집행부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총 7명의 속초시의원 중 이들 4명은 결정을 번복하고 의회에 출장 신청서를 제출, 출장 심의를 통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 속초시의원은 "추석 전 불경기에 국외연수를 가는 것에 대한 시선 등을 우려해 팸투어에 참가하지 않기로 결론내고 이를 통보했다"며 "회의에선 '참가를 원하는 의원은 자부담으로 가라'는 의견도 나왔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들 4명은 '자부담 참가'를 선택하지 않고 '출장비'를 써서 이번 팸투어에 참가하기로 한 것이다.

A 부의장은 "당초 전체 의원 이번 투어에 불참하고 오히려 다른 국가로 출장을 가자는 의견이 나와 준비해 왔다"며 "그러나 항공기를 이용해 또 다른 국가로 연수를 가는 것은 비용이 훨씬 많이 들고, 지역 현안과도 동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체험단 투어에 맞춰 소화하는 것으로 재추진했다"고 해명했다.

이번 체험단 일정에 맞춰 배편으로 출장을 다녀오는 것이 오히려 혈세를 아끼고 본래 국외출장 목적에 훨씬 부합한다는 논리다.

A 부의장은 의원 간 '불참' 협의를 번복했다는 지적에 대해선 "이번 투어가 아닌 별도 국외출장을 준비하던 중 몇몇 의원이 각자 사정을 이유로 불참을 알려와 흐지부지됐다"며 "나머지 의원(4명)끼리 속초 최대 현안인 크루즈 관광산업에 부합하는 이번 일정에 출장을 함께하기로 다시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17일 속초시민으로 구성된 '속초항 모항 크루즈 체험단'과 속초시의원 4명을 태우고 일본으로 떠날 11만톤급 크루즈 '코스타세레나'호 내부. 사진은 지난해 6월 속초항 입항 당시.(뉴스1 DB) 2024.9,3/뉴스1 윤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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