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다 말도 못하고”국제스케이트장 공모 연기에 강원 지자체들 ‘당혹’
춘천, 원주, 철원 공모 신청하고 실사 준비까지 마친 상태
태릉선수촌 시설 활용방안 연구용역 결과 받은 뒤 선정 예정
- 한귀섭 기자
(강원=뉴스1) 한귀섭 기자 = 대한체육회가 국제스케이트장 대체시설 부지선정 공모를 연기하기로 한 가운데 유치전에 뛰어든 강원도 지방자치단체 3곳은 상당히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1일 뉴스1 취재결과 대한체육회는 최근 이사회를 열고 ‘태릉국제스케이트장 대체시설 부지 공모 연기’안을 의결했다.
대한체육회는 이달부터 5개월간 태릉선수촌 시설의 활용방안 연구용역 결과를 받은 뒤 스케이트장 대체 부지를 선정한다는 방침이다. 대한체육회는 이 같은 상황을 스케이트장 유치에 나선 전국 7개 지자체에 공문을 보냈다.
유치에 뛰어든 춘천시, 원주시, 철원군은 당황스러워하고 있다. 특히 공모 연기를 듣기 전 9월 8일로 국제스케이트장 유치를 위한 실사가 예정돼 있던 만큼, 더욱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이같은 혼란을 자초한 이유에 대해 체육계 내부에서는 내년 1월 42대 대한체육회장 선거가 예정돼 스케이트장 유치에 나선 전국 7개 지자체의 표를 의식한다는 분석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춘천, 원주, 철원은 사실상 별다른 입장을 내지 못하고 있다. 국제스케이트장 공모를 연기했을 뿐 취소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유치를 신청한 지자체로선 언론과의 인터뷰조차 상당히 조심스러운 눈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지자체 관계자는 “지자체로선 상당히 큰 사업이고, 이미 시민들의 관심도 많아진 상황에서 국제스케이트장 대체지 선정을 유보했다고 해서 입장을 내기는 상당히 조심스럽다”며 “유보 연락을 받기 전까지도 다음 달 실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어디다 말도 못 하고, 다들 굉장히 허탈해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번 상황이 예견됐다는 분석도 있다. 도내 한 체육계 인사는 “실사 날짜가 정해지지 않았는데도 물밑에서는 정말 치열했다”며 “지자체 관할 정치인까지 나서는 등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경쟁이 과열됐다. 이기흥 회장도 어쩔 수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제스케이트장 유치부지의 경우 춘천시는 송암동 137번지 일대 부지를 활용할 예정이다. 원주시는 판부면 서곡리 옛 제1109 야전공병단의 미활용 부지에 짓는다는 계획이다. 철원군은 동송읍 오지리 일원 군부대 유휴지를 스케이트장 부지로 택했다.
국제스케이트장 유치엔 이들 강원도 지자체 3곳뿐만 아니라 인천 서구와 경기 동두천시, 양주시, 김포시 등 총 7곳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대한체육회 선수촌이 운영하는 서울의 태릉국제스케이트장은 인근의 조선왕릉(태릉·강릉(康陵))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면서 철거가 불가피해졌다. 이를 대체할 국제스케이트장 건립엔 2000억원이 투입된다.
건립 후에는 각종 세계대회 및 전국대회 유치에 따른 임원 및 선수단들의 지역 방문에 경제 활성화 등 부수적인 효과도 만만치 않아 지자체에서 눈독을 들이고 있다.
han12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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