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측근 수사 지연 청탁·비밀 누설 검찰 서기관 '집유→무죄'

1·2심선 징역 2년, 집유 4년
파기환송심 “검찰 확보 증거 위법하게 수집, 증거능력 없어”

춘천지법 전경./뉴스1

(춘천=뉴스1) 이종재 기자 = 지방선거에 지장이 없도록 시장 측근이 연루된 수사를 선거 이후로 미뤄달라는 청탁을 받아 이를 수사담당자에게 요청하고, 수사기관의 내부 비밀을 누설한 혐의를 받는 검찰 서기관이 파기환송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검찰에서 제출한 통화 녹음파일과 이를 토대로 확보한 증거들이 위법하게 수집돼 증거능력이 없다고 봤다.

춘천지법 제2형사부(김성래 부장판사)는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과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기소된 A 씨(63)에 대한 파기환송심에서 원심판결(징역 2년, 집행유예 4년)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30일 밝혔다.

검찰 수사 서기관으로 재직했던 A 씨는 2018년 5월 강원 원주의 한 식당에서 원주시청 공무원으로부터 6월 지방선거에서 “원창묵 전 원주시장의 재당선에 지장이 생기면 안 되니 선거 전까지 시장의 측근인 B 씨에 대한 문제가 불거지지 않도록 수사를 지연시켜 달라”는 취지의 청탁을 받았다.

이후 A 씨는 지청 사무실 안에서 직장 후배이자 해당 사건 수사 진행 중인 수사과장에게 관련 수사를 선거 이후로 미뤄달라고 요청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B 씨에 대한 주요 수사 단서와 향후 수사 개시‧구속영장 청구 계획 등 수사기관의 범죄 수사 기능에 장애를 초래할 위험이 있는 수사기관 내부의 비밀을 누설한 혐의도 있다.

재판 과정에서 A 씨 측은 “시청 공무원과의 녹음파일과 그 녹취 내용은 위법수집증거로 증거능력이 없다”며 이 사건 각 공소사실이 법리적으로 범죄를 구성하는지 여부에 상관없이 A 씨에게 무죄가 선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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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1심을 맡은 춘천지법 원주지원은 해당 증거능력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또 A 씨 측은 “시청 공무원의 청탁은 청탁금지법이 규정하는 ‘부정 청탁’에 해당하지 않고, 만약 부정 청탁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A 씨를 범행에 가담한 공범으로 보기 어렵다”는 주장도 폈으나 1심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은 A 씨는 법리 오해 및 양형부당으로, 검사는 양형부당을 이유로 각각 항소했다.

양측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 2심 재판부의 판단에 불복, A 씨 측은 대법원에 상고했다.

대법원은 원주시청 공무원의 휴대전화에서 수집된 녹음파일과 이를 토대로 확보한 2차적 증거들은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로, 모두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 항소심 판결을 파기환송 했다.

사건을 살핀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원심은 위법하게 수집된 이 사건 녹음파일과 이에 기초해 수집된 2차적 증거의 증거능력을 인정하고 해당 증거들에 근거해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했는데, 이와 같은 원심의 판단에는 증거능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피고인의 주장을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했다.

leej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