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집서 아이 숨지게 한 '7남매 부모'…아이들 명의로 휴대폰 사 되팔아
자녀 학대·방임 부모 오늘 선고…보조금 유흥비로 탕진
부모에 각 15년 구형…엄마 "아이들에게 돌아가고파" 뒤늦은 눈물
- 윤왕근 기자
(강릉=뉴스1) 윤왕근 기자 = 지난 4월 강원 강릉에서 평소 앓던 신장질환이 악화해 숨진 A 군(8).
부모의 방치 속 차갑게 식어갔던 A 군에게 필요했던 건 단지 최소한의 보살핌과 곰팡이 없고, 담배 쩐내가 나지 않는 작은 안식처뿐이었다.
A 군 등 7남매가 자란 강릉시 ○○동의 한 주택. 그곳은 아이들의 보금자리라기보단 '꽃제비 촌'에 가까울 정도로 참혹한 상태였다.
집안엔 쓰레기가 쌓여있고, 난방은커녕 곳곳에 곰팡이만 득실거렸다. 아이들 부모와 지인은 이곳에서 매일 술을 퍼부어 댔다. 아이들 몸엔 늘 '담배 쩐내'와 습하고 역한 냄새가 배어 있었지만, 옷을 빨지도 못했다. 집에 '세탁기'라는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없던 병도 생길 것 같은 집에서 자란 A 군이 신증후군 진단을 받은 것은 2022년 5월. 세상을 떠나기 약 2년 전쯤이다.
진단을 내린 의사는 아이 부모에게 "상급병원에 데려가라"로 권했다. 그러나 A 군의 부모는 이를 흘려듣고 그대로 뒀다. 부모의 방치로 A 군의 병세는 심해졌고, 결국 지난 4월 4일 오전 영원히 깨어나지 않았다.
웅크린 상태로 침대에 누워있던 아이에게선 사후강직 현상이 나타나, 호흡이 멎은 지 상당 시간이 흐른 것으로 보였다. 또 왼쪽 눈에는 옅은 멍 자국도 보였다. A 군의 사인은 신부전. 평소 앓던 신증후군이 악화한 것이다.
이 집에서 함께 살던 A 군의 동생 B 양에겐 사시 증상이 있었지만, 부모는 수 차례 치료 권고에도 방치했다. B 양은 결국 중증 내사시에 이른 채 살아가게 됐다.
이 같은 환경에서 무려 '7남매'를 키운 엄마 C 씨(33)의 직업은 '무직', 아빠 D 씨(35)는 일용직이었다. 무슨 돈으로 '7남매'를 양육했던 것일까.
이들은 지자체로부터 생계와 주거급여, 양육 수당 등 매달 500만 원 안팎의 지원금을 받아 생활했다. 그러나 이 돈은 아이들을 위해 사용되지 않고 유흥비로 탕진됐다.
이들 부부는 지원금마저도 부족해지자 아이들 명의로 휴대전화를 개통해 되팔아 생활비로 쓰기도 했다. 이로 인해 아이들은 통신비 내역 연체가 발생하기도 했다.
부모의 구속으로 남겨진 아이들은 휴대전화 요금 연체 때문에 후견인 지정도 안 되고 있다.
결국 아이들을 방치한 이들 부부는 아동학대처벌법상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아이들에게 '삼촌'으로 불리던 지인 E 씨(33), F 씨(35)는 아동복지법상 상습 아동학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 7월 11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아이 부모에게 각각 15년과 아동 관련 기관 취업제한 10년을 구형했다. '삼촌' E 씨에겐 징역 7년과 아동 관련 기관 취업제한 10년, 불구속 기소된 F 씨에겐 징역 5년과 아동 관련 기관 취업제한 10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숨진 A 군의 어머니이자 7남매를 아이들을 방치한 어머니 C 씨는 이날 최후진술에서 "아이들에게 돌아가고 싶다"며 뒤늦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C 씨는 "제 지난날을 반성하고 있다. 앞으론 이런 일을 반복하지 않을 것이다. 부족하지만 아이들은 아직 엄마의 돌봄이 필요하다. 아이들 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참작해 달라"고 말했다.
아이 아버지 D 씨도 "숨진 아들을 비롯한 아이들에게 미안하다.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반성하는 마음과 죄책감을 갖고 살겠다"고 말했다.
8명의 자녀를 두고 책임은커녕 학대와 방임을 일삼아 아이를 숨지게 한 '비정한 부모'와 '삼촌들'에 대한 선고는 22일 춘천지법 강릉지원에서 열린다.
wgjh654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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