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태 '1948년 건국' 발언에 강원 광복절 경축식 파행(종합)

김문덕 도지부장 등 광복회원들 항의 및 퇴장

15일 강원대 백령아트센터에서 개최된 제79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김진태 강원특별자치도지사가 경축사를 하고 있다.(강원특별자치도 제공) 2024.8.15/뉴스1

(강원=뉴스1) 이종재 기자 = 강원도가 개최한 광복절 경축식이 김진태 강원지사의 '1948년 건국' 발언과 그에 대한 광복회원들의 항의·퇴장으로 파행을 빚었다.

강원도는 15일 강원대학교 백령아트센터에서 제79주년 광복절 경축식을 개최했다.

이날 경축식엔 김 지사,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 김시성 도의회 의장, 신경호 도교육감 및 육동한 춘천시장을 비롯해 애국지사 유족·광복회원, 보훈기관·단체장 등 1000여 명이 참석했다.

김문덕 광복회 도지부장은 이날 기념식에서 "'건국절' 제정 시도는 여러 번 있었으나 그때마다 전 국민의 저항에 부딪혀 실패했다. 우리나라가 1948년 건국했다면 이는 반헌법적이고 일제의 강점을 합법화시키려는 핑계"란 내용이 담긴 이종찬 광복회장의 광복절 기념사를 대독했다. 그는 "일제강점기 수탈을 합법화하는 건국절의 논리는 또다시 국민의 공분을 사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자 김 지사가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광복회의 '건국절' 관련 비판을 정면 반박하고 나서면서 행사장 내에서 소란이 일었다.

김 지사는 이날 "대한민국 건국일과 관련해서 요즘 많이 시끄럽다"며 "어떤 분들은 3·1독립선언과 임시정부 수립이 이뤄진 1919년에 대한민국이 건국됐다고 주장하지만 당시엔 국민으로부터 부여된 통치권이 없었고, 주권이 미치는 영토도 없었다. 국가는 국민·주권·영토란 3가지 요소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만약 1919년에 건국됐다고 하면 나라가 이미 있기 때문에 독립운동도 필요 없고, 광복 자체도 부정하는 자기모순에 빠지게 된다"며 "우린 1948년에 자유민주주의 헌법에 입각한 공화국을 선포했다"고 부연했다.

15일 강원대 백령아트센터에서 개최된 제79주년 광복절 경축식.(강원특별자치도 제공) 2024.8.15/뉴스1

그는 "우린 1948년 5월10일 우리 민족 역사상 처음으로 민주주의 절차에 의한 선거를 치러 국민·주권·영토를 갖춘 자유 민주공화국을 수립했다"며 "1948년 건국은 일부에서 주장하듯이 반헌법적이고 일제강점기를 합법화하는 게 절대 아니다"고 강조했다.

김 지사는 국제사회 승인과 헌법재판소 결정도 '1948년 건국'에 힘을 싣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건국의 중요한 요소로 국제사회 승인이 있는데 유엔 승인을 받은 국가는 1948년 대한민국이 유일하다"며 "아울러 헌법재판소는 2014년 결정문에서 1948년 대한민국 건국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그는 "(1948년 건국이) 반헌법적이 아니란 것은 헌법재판소 판례에서 드러났고, 오히려 1919년 건국 주장이 일제강점기 존재 자체를 부정하며 독립운동과 광복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자기모순을 저지르고 있다"며 "(그들은) 궤변으로 1948년 건국을 극구 부인하면서 대한민국 정체성을 훼손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나라'란 자학적 역사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라 생각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 지사의 이 같은 광복절 경축사에 김 지부장 등 광복회원들은 강하게 항의하면서 행사 도중 자리를 떠났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이날 세종문화회관에서 제79주년 광복절 중앙 경축식을 열었으나 독립운동가 후손 단체 광복회 등 관련 단체들은 여기 참석하는 대신 효창공원 내 백범기념관에서 별도의 기념식을 개최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임명한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의 '뉴라이트·친일 사관' 논란 때문이다.

광복절 행사가 정부 주최 경축식과 독립운동단체 주최 기념식으로 나뉘어 진행된 건 사상 처음이다.

leej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