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로도 전체 제출 vs 영업 비밀"…강릉 급발진 손배소 막판 공방

KGM 제출한 '브레이크 회로도' 두고 양측 대립
1년7개월 째 소송…도현군 父 "법이 요구하는 입증책임 다해"

2022년 12월 강원 강릉에서 일어난 차량 급발진 의심사고 현장.(뉴스1 DB)

(강릉=뉴스1) 윤왕근 기자 = 지난 2022년 12월 이도현 군(당시 12세)이 숨진 급발진 의심 사고의 책임소재를 가리기 위한 민사소송이 시작된지 1년 7개월을 넘어가면서 사고 차량 운전자(원고)와 제조사(피고) 측의 막판 공방이 치열한 모양새다.

춘천지법 강릉지원 민사2부(박상준 부장판사)는 13일 사고 차량 운전자 A 씨(68·여)와 이 군 유족이 차량 제조사인 KG모빌리티(KGM)를 상대로 낸 7억 6000만 원 규모의 손해배상청구 소송 6번째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양측은 KGM 측에서 증거로 제출한 '브레이크등 회로도'를 두고 대립각을 세웠다.

앞선 재판에서 원고 측은 KGM 측이 제출한 회로도가 내연기관차의 회로도가 아닌 전기차 회로도인 것으로 의심된다는 취지의 주장을 펴면서 이 사건 차량의 브레이크 회로도 제출을 요구해 왔다.

이에 KGM 측은 홈페이지에 전체 공개돼 있는 정비매뉴얼 중 제동기능 관련 부분을 PDF로 전환해 재판부에 제출했다.

그러나 원고 측은 "해당 차종에 브레이크 장치에 대한 전체 자료를 요구했으나 피고는 일부만 발췌해 제출했다"며 "100여 페이지 중 일부만 발췌해 제출하고 '이것이 전체 차종에 다 적용되는 것'이라고 하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피고 측은 "저희가 제출한 회로도 자체상 전기차가 포함된 부분도 있고, 이 사건 차량도 포함된 부분도 있어 종합적으로 제출한 것"이라며 "이 사건 차량에만 해당하는 특정서를 내달라고 하면 그런 것이 따로 있는진 잘 모르겠다"고 답변했다.

KGM 측은 "회로도를 제출한 취지가 원고의 브레이크 점등 부분 주장에 대한 반박 차원으로, 애초에 입증 사실 부분과는 관련 없는 것으로 입증을 요구하는 것"이라며 "자동차의 설계도 등은 영업비밀 측면이 강한 것인데 전체 문서를 내라고 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KGM 측에 "(사건 차량 특정 회로도가)있는데 못 낸다는 것인지, 실제 존재하지 않는 것인지 취지를 명확히 해서 서면으로 제출하라"고 주문했다.

2022년 12월 강원 강릉에서 일어난 급발진 의심사고의 책임소재를 가리기 위한 민사소송이 진행 중인 가운데 운전자 측이 지난달 27일 강릉의 한 교회 주차장에서 자동긴급제동장치(AEB) 기능 재연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2024.5.27/뉴스1 윤왕근 기자

지난 재판에 이어 KGM 측 제안으로 올해 5월 10일 진행된 '추가 재연 시험'을 두고도 공방이 계속됐다.

지난 재판에서 원고 측은 당시 '5월 재연시험'이 원고 측 통보 없이 진행됐다며 절차상 하자를 주장했고, 피고 측은 원고 측 변호인의 '불참 의사'를 확인한 뒤 진행했다고 대립각을 세워왔다.

양측은 이날 역시 당초 주장을 굽히지 않으며 재판부에 판단을 요구했다.

이날 원고 측은 KGM 측이 제출하는 추가 자료를 보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이 사건 담당자, KGM 직원 등에 대한 증인신문 요청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원고 측 소송대리인은 "이 사건 제조사는 운전자에게 신의 경지를 요구하고 있다"며 "급발진 의심 상황 발생 직후 목숨을 건 사투를 벌여야 하는 상황에서 페달오조작이 없었음을 운전자가 입증하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피고 측 소송대리인은 "소송이 1년 넘게 흐르면서 원고 측은 기일 직전마다 새로운 사실조회를 신청하면서 지연되는 측면이 있다"며 "이제부턴 또 다른 사실조회나 증거 방법이 있다면 한꺼번에 제시, 양측이 주장을 정리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날 재판을 마치고 취재진을 만난 도현군 아버지 이상훈 씨는 "지난해 1월 12일 소송을 제기한 이후 1년 7개월 동안 소송을 이어오면서 답답했던 것은 경제적 약자인 소비자가 모든 입증 책임을 져야 되는 현행법(제조물책임법)의 존재"라며 "현행법에서 이야기하는 입증 책임을 다하기 위해 1년 7개월 동안 최선을 다 해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2022년 12월 6일 오후 3시 56분쯤 강원 강릉시 홍제동 한 도로에서 60대 A 씨가 몰던 소형 SUV가 배수로로 추락했다. 이 사고로 동승자이자 A 씨 손자인 도현군이 숨지고, A 씨가 다쳐 병원 치료를 받았다.

이를 두고 운전자이자 유족 측은 해당 사고가 '급발진'으로 일어난 것이라며 제조사를 상대로 7억 6000만 원 규모의 민사소송을 제기, 재판이 이어지고 있다.

한편 이 사건 다음 변론기일은 오는 10월 22일 춘천지법 강릉지원 민사법정에서 열린다.

2022년 강원 강릉에서 일어난 '급발진 의심사고'로 목숨을 잃은 고(故) 이도현(당시 12세) 군의 아버지 이상훈 씨가 18일 춘천지법 강릉지원에서 열린 제조사와의 손배소 6차 공판을 마치고 이른바 급발진 사고 관련 결함 원인 책임입증 전환 국민 청원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2024.6.18/뉴스1 ⓒ News1 윤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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