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강원 계곡마다 불법야영에 삼겹살 파티…단속반에 되레 항의
불법야영, 취사, 흡연, 산간 계곡 무단점유, 쓰레기 투기 만연
북부지방산림청, 31일까지 여름철 산림 위법행위 특별단속
- 한귀섭 기자
(강원=뉴스1) 한귀섭 기자 = 연일 폭염이 지속되고 여름 휴가철이 절정에 이르면서 강원도 계곡마다 피서객들로 붐비고 있으나, 각종 불법행위로 몸살을 앓고 있다.
7일 오전 10시 홍천 북방면 도사곡리의 한 국유림 일대 계곡. 산을 따라 쭉 올라가다 보면 평지에 나무 그늘이 생긴 곳이라면 여지없이 텐트가 처져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각종 버너, 프라이팬, 냄비 등 취사를 할 수 있는 도구가 갖춰져 있었다. 심지어 샴푸, 세제, 치약이 놓여있어 하천을 오염시킬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이날 북부지방산림청 홍천국유림관리소 단속반들은 여름 휴가철 산간계곡 불법행위 집중단속을 위해 이른 아침부터 이곳을 찾았다.
중점 단속내용은 불법야영, 취사 및 흡연, 산간계곡 내 무단점유, 쓰레기 투기이다. 이를 어기면 3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단속반들이 텐트 주인을 찾으려고 했으나, 텐트만 펼쳐놓고 어디론가 사라져 찾을 수 없었다.
단속반들은 이날 텐트 앞에 계곡 내 불법행위 금지 홍보물을 놓고 나왔다. 또 인근 도로 한쪽에는 쓰레기, 의자, 다 쓴 부탄가스, 박스가 나뒹굴었다.
쓰레기들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종량제봉투 같은 경우 수거해 가지만, 분리수거가 돼 있지 않는 경우 수거를 하지 않아 애를 먹는 상황이다.
5분여를 더 달려 가니 한 계곡 앞에 노부부가 차박을 해놓고 가스버너를 켜고 식사를 하고 있었다. 단속반은 즉각 제지하고, 화기를 사용하지 말아 줄 것을 당부했다. 경기도 구리에서 왔다는 노부부는 “이틀 전에 왔는데 경치가 좋고, 남들도 취사하길래 당연히 되는 줄 알았다”고 토로했다.
이어 단속반들은 부부와 자녀가 함께 전날 텐트를 치고 자다가 치우는 모습을 목격했다. 텐트 안에는 가스버너, 부탄가스 등 살림이 한 가득있었다.
춘천에서 왔다는 야영객은 “여기가 숨겨진 좋은 장소라고 하길래 지인의 추천을 받아왔다”며 “휴대폰도 터지지 않아 힐링하기에 좋았는데 취사가 되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단속반은 즉각 텐트를 걷고, 화기를 사용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이외에도 일대 곳곳에서 텐트를 쳐놓거나, 취사하는 모습이 꾸준히 목격됐다. 같은 날 오전 횡성 병지방 계곡에도 피서객들이 몰렸다.
가족, 친구들이 오랜만에 모여 물놀이하거나, 음식을 나눠 먹으며 즐거운 휴가를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흡연도 금지되는데 곳곳에서 담배 피우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또 취사가 되지 않는데도 텐트마다 고기불판, 가스버너, 삼겹살이 놓여 있었고, 점심식사를 위해 고기를 굽고 있었다.
단속반들은 텐트 하나하나 찾아가며 취사가 안 된다고 설명했으나, 피서객들은 하나같이 “취사가 안 되는지 정말 몰랐다”고 펄쩍 뛰었다.
인천에서 왔다는 한 피서객은 “요즘 산간 계곡 취사 문제가 되다 보니 여러 군데 알아보고 왔는데 분명 (취사가) 된다고 해서 왔다”며 “억울한 측면은 있지만, 앞으로는 그러지 않겠다”고 밝혔다.
일대 물놀이단속요원은 “안전사고를 위해 구명조끼 단속을 주로하고, 솔직히 피서객들이 멀리서 와서 여러 가지 싸 오는데 어떻게 막겠냐”면서 “대신 장작으로 불피우는 것은 절대 금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오봉 홍천국유림사무소 보호관리팀 주무관은 “가스버너가 안전하다고 하지만 언제든지 폭발 등 사고 위험에 노출될 수 있고, 자칫 생명과 국유림에 큰 피해가 갈 수 있어 주의가 당부된다”며 “하지만 단속을 가는 곳마다 좋지 않은 시선들로 인해 애를 먹고 있다. 불법행위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달라”고 밝혔다.
한편 북부지방산림청은 오는 31일까지 여름철 산림 내 위법행위 특별단속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여름철 북부지방산림청은 형사입건 18건, 과태료 처분 11건, 훈방조치 21건 등 총 50건 위법행위를 적발했다.
han12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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