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구는 '반대' 삼척은 '환영'…강원 기후대응댐 후보지 온도차(종합)
양구군 "소양강댐으로 많은 고통…마을 상당수 영향권"
삼척시 "주민들이 직접 요구해온 사업…수몰가구 없어"
- 윤왕근 기자, 이종재 기자
(양구·삼척=뉴스1) 윤왕근 이종재 기자 = 정부가 30일 양구군 방산면과 삼척시 도계읍 등 강원 지역 2곳이 포함된 신규 댐 후보지 14곳을 발표하자, 이들 지역이 엇갈린 반응을 보이며 확연한 온도 차를 나타냈다.
정부는 이날 '기후변화에 따른 극한 홍수·가뭄에 대응하겠다'며 14곳 댐 후보지를 공개했다. 신규 댐이 9곳, 기존 댐을 재개발하는 게 5곳이다.
한강권역엔 경기 연천과 강원 양구·삼척, 충북 단양 등 4곳에 새 댐을 짓는다. 지역별로는 경상권에 절반가량인 6곳이 배정됐다.
14곳의 기후대응댐 후보지 중 용량이 가장 큰 건 수입천 다목적댐(양구)이다. 총저수용량은 약 1억톤으로 의암댐(8000만톤)보다 훨씬 크다.
그러나 환경부가 발표한 후보지에 양구가 포함되자 해당 지역사회는 '댐 건설로 인한 피해를 반복할 수 없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서흥원 양구군수는 "양구군민은 소양강댐 건설 이후 수없이 많은 고통을 인내하며 극복해 왔다"며 "이런 군민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양구군에 또 다른 댐을 건설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댐 건설을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양구 수입천 다목적댐 후보지의 경우 '민간인 출입 통제선과 비무장지대(DMZ) 사이에 있어 수몰 일반 민간 가옥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양구군은 정부 설명과 달리, 이 댐이 건설될 경우 △고방산 인근 약 3만 1000평의 농지와 주택·펜션·창고 등 건물이 수몰 위기에 처하고, △수입천 상류와 송현2리 마을 상당수가 직접적인 영향권에 포함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신규 댐 후보지인 방산면은 천연기념물인 열목어·산양의 최대 서식지로 알려진 두타연 계곡이 위치한 곳이란 점에서 댐 건설시 관련 피해가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선 수입천 다목적댐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용수 공급에 쓰일 경우 지역 내 농업용수가 부족해질 수 있단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서 군수는 "양구군은 1973년 소양강댐 건설로 수인리·웅진리·원리 등 상당수 주민이 이미 삶의 터전을 잃었고, 도로가 끊겨 육지 속 섬으로 전락해 지역경제 침체, 주민 건강 악화 등 큰 고통을 받아왔다"며 "이미 댐으로 인해 많은 고통을 받은 주민에게 또 다른 댐을 건설해 같은 피해를 반복할 순 없다"며 강조했다.
반면 삼척시는 '댐 건설은 곧 지역 사회 숙원을 해결하는 것'이라며 환영하고 있다.
삼척시에 따르면 도계읍 산기리 일원은 마교정수장 취수원이 있는 곳으로서 지난 수십년간 상수원보호구역으로 묶여 개발이 제한돼 왔다.
이 때문에 불편을 겪던 주민들이 직접 댐 건설을 요구했고, 시에서도 지난해 9월 환경부에 '도계읍 산기댐' 건설을 공식 건의했다.
이처럼 삼척 산기댐 건설은 주민들이 직접 요구해 온 것으로서 사업 추진시 거부감이 없고, 특히 유사 댐 건설시 발생하는 수몰 가구도 없어 '댐 건설에 최적'이란 평가받아 왔다.
삼척시 관계자는 "도계읍 산기리 일대를 기후대응댐 후보지에 포함한 환경부 결정을 환영한다"며 "댐 건설이 완공되면 상수원보호구역 축소로 인한 지역 편익 증대는 물론, 가뭄 대비, 홍수조절, 산불 진화용수 확보 등 다양한 이점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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