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계곡에" vs "족적 감정"…20년 미제 영월 살인사건 첫 심리 '팽팽'

(영월=뉴스1) 신관호 기자 = ‘2004년 강원 영월 영농조합 간사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돼 구속 상태로 법정에 선 50대 남성이 재판부의 첫 심리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반면 검찰은 그간 조사과정을 설명하며 여러 증인 신청계획을 밝히며 피고 측과 팽팽한 신경전을 벌었다.

춘천지법 영월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이민형)는 25일 오전 10시 30분 제1호 법정에서 살인 혐의를 받는 A 씨(59)의 첫 심리에 나섰다. 정식재판이 아닌 양측 의견을 조율하는 ‘공판준비기일’로 마련됐다.

이 자리에서 A 씨와 그의 변호인은 혐의를 부인했다. A 씨는 “저는 이 사건 관련해 억울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변호인도 “범행 혐의를 부인한다. 그런 범행을 한 적이 없다는 취지”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피고인 알리바이(사건당시 현장이 아닌 계곡에 있었다는 주장)와 관련, 계곡에 있던 사람들에 대한 조사가 돼 있다”면서 “당시 계곡에 있었다고 한 사람들을 증인으로 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A 씨와 변호인은 국민 참여재판 의사가 없다는 입장도 냈다. 여러 명을 상대로 증인신문을 해야 할 필요성과 법리적으로 가려야 할 사안이 많다는 게 이유였다. 변호인은 현재 검찰 증거기록을 모두 살피지 못한 상태라며 공판기일도 넉넉히 정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검찰은 조사과정에서 나타난 일부 사생활관련 내용을 제외한 증거열람에 동의했다. 또 사건현장의 족적 증거와 관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인을 증인으로 신청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A 씨(사건당시 39)는 2004년 8월 9일 오후 3시 30분쯤부터 약 15분 사이 영월군 영월읍 소재 한 영농조합 사무실에서 간사 B 씨(당시 40‧남)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범행동기를 치정으로 보고 있다. 사건발생 몇 달 전 A 씨와 교제했던 여성이 B 씨와 사귀게 되는 등 A 씨가 그 여성에게 'B 씨를 좋아한다'는 말을 듣자 범행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사건발생 후 경찰은 A 씨의 알리바이에 따라 용의선상에서 그를 제외했고, 이후 증거부족으로 수사가 난항을 겪는 등 그 사건은 장기미제로 분류됐으나, 최근 검찰이 과학수사를 거쳐 A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받은 뒤 추가로 조사해 그를 기소했다. 특히 A 씨의 알리바이를 반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알리바이는 A 씨가 사건당시 영월군 한 계곡에서 가족과 휴가를 보내고 있었다는 내용인데, 그는 구속 전에도 사건당시 계곡을 벗어난 적이 없고, 사건 시간대 계곡에서 동생들, 아이들과 사진을 촬영했다는 입장을 취재진에 밝혔다.

반면 검찰은 사건 당시 A 씨가 술을 사오겠다면서 계곡을 나와 차를 몰고 이동, B 씨를 살해한 뒤 다시 계곡으로 돌아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현장 족적 감정결과와 통신내역을 근거로 제시했다.

다음 재판(1회 공판기일)은 오는 9월 12일 오전 11시 열릴 예정이다.

skh88120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