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억 횡령 전 건보직원 '징역 15년·은닉 무죄'…검찰·피고 '항소'

검찰, 1심서 25년 구형…"범죄수익은닉 범행 충분히 인정"
피고, 검찰과 같은 날 법원에 항소장 제출

국민건강보험공단 재정관리팀장으로 재직하며 총 46억 원을 횡령한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를 받는 최 모씨(46)가 1월 17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송환되고 있다. ⓒ News1

(원주=뉴스1) 신관호 기자 = 40대 남성이 국민건강보험공단 재직 중 수십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형과 일부 무죄(범죄수익 은닉 혐의)를 선고받은 가운데, 검찰이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항소했다. 피고도 항소장을 냈다.

춘천지검 원주지청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사전자기록 위작, 위작 사전자기록 행사 혐의로 징역 15년,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 선고를 받은 최모 씨(46)의 1심 판결에 불복해 24일 법원에 항소장을 냈다.

특히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에 대한 1심의 무죄 판결에 불복했다. 검찰은 “국민들이 납부한 건강보험료 수십억 원을 횡령한 피고인에게 죄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공소유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최 씨는 강원 원주시 혁신도시 내 건보공단의 재정관리실 팀장으로 재직하던 2022년 4~9월 내부 전산망에서 계좌번호 등을 조작해 총 18회에 걸쳐 46억여 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 돈은 당시 채권압류 등을 이유로 지급 보류된 요양급여인 것으로 전해졌다.

범행 뒤 최 씨는 필리핀으로 도주했으나, 인터폴 적색수배 등 경찰의 추적 끝에 1년 4개월 만에 현지에서 검거돼 올 1월 17일 국내로 송환됐다.

검찰은 최 씨가 투자실패로 많은 채무를 지게 되자, 채무변제와 투자를 위해 범행한 것으로 판단했고, 최 씨 측도 1심 첫 재판부터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다만 검찰에 따르면 최 씨 계좌에 있던 7억 2000만 원은 몰수보전 조치돼 공단으로 환수가 이뤄진 상태지만, 나머지 환수 처리가 안 된 약 38억 원에 대해 최 씨는 수사과정에서 가상화폐 투자나 그와 연계된 선물(금융파생상품) 투자에 탕진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1심의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최 씨에게 징역 25년과 39억 원 추징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죄질이 매우 나쁘고 횡령금액 대부분 손실을 입는 등 범행 후 정황도 좋지 않다”면서도 “사건 전 가상화폐 등 무리한 투자로 실패하자 범행한 것 같다. 동종범죄 전력은 없고 35억 원 정도는 회복이 불가능한 점이 있다”고 판시했다.

또 범죄수익은닉 혐의 무죄판단에 대해선 “횡령금액이 가족 등 명의의 암호화폐 거래공간의 전자지갑에 보관했는데, 적법수익으로 가장하려는 목적으로 보관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에 불복해 항소한 검찰은 “피고인이 가상화폐를 취득해 송금한 경위, 가상화폐 거래에 타인 명의 계정을 이용한 점을 종합하면 범죄수익은닉 범행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한편 검찰이 항소장을 낸 같은 날 최 씨 역시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skh88120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