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억 횡령' 전 건보공단 직원 징역 15년…범죄수익은닉은 무죄

법원 "업무자금 횡령 죄질 매우 나쁘고 횡령액 대부분 손실"
"횡령금 암호화폐로보관…적법수익 가장 목적으로 보기 어려워"

국민건강보험공단 재정관리팀장으로 재직하며 총 46억 원을 횡령한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를 받는 최 모씨(46)가 지난 1월 17일 오전 인천공항에 도착해 송환되는 모습. ⓒ News1

(원주=뉴스1) 신관호 기자 = 국민건강보험공단 재직 중 수십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남성이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춘천지법 원주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이수웅)는 18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사전자기록 위작, 위작 사전자기록 행사 혐의로 구속 기소된 최모 씨(46)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다만 그에게 더해진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했다.

최 씨는 강원 원주시 혁신도시 내 건보공단에서 재정관리실 팀장으로 재직하던 지난 2022년 4~9월 내부 전산망에서 계좌번호 등을 조작해 총 18회에 걸쳐 46억여 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 돈은 당시 채권압류 등을 이유로 지급 보류된 요양급여 등인 것으로 전해졌다.

범행 뒤 최 씨는 필리핀으로 도주했으나, 인터폴 적색수배 등 경찰의 추적 끝에 1년 4개월 만에 현지에서 검거돼 올 1월 17일 국내로 송환됐다.

검찰은 최 씨가 투자 실패로 많은 채무를 지게 되자, 채무변제와 투자를 위해 범행한 것으로 판단했고, 최 씨 측도 첫 재판부터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다만 검찰에 따르면 최 씨 계좌에 있던 7억 2000만 원은 몰수 보전 조치돼 공단으로 환수가 이뤄진 상태다. 그러나 나머지 환수 처리가 안 된 약 38억 원에 대해 최 씨는 수사과정에서 가상화폐 투자나 그와 연계된 선물(금융파생상품) 투자 등에 탕진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앞선 결심공판에서 징역 25년과 39억 원 추징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보다 낮은 형을 정했고, 검찰의 추징 요청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고도의 청렴이 요구되는 공단의 임직원으로서 업무 자금 46억여 원을 계획적으로 횡령하는 등 죄질이 매부 나쁘다”면서 “(사건발생 후) 유학한 경험이 있는 필리핀으로 출국했고, 횡령금액 대부분이 손실을 입는 등 범행 후 정황도 좋지 않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도 “피고인은 이 사건 이전에도 가상화폐 투자로 5억 원가량의 채무가 생기는 등 무리한 투자로 실패하자 범행에 나아간 것 같다”며 “동종범죄 전력은 없고, 7억여 원은 공단으로 환수된 점, 35억 원 정도는 회복이 불가능한 점 등이 있다”고 양형의 이유를 밝혔다.

또 재판부는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이유에 대해 “횡령금액이 가족 등 명의의 암호 화폐 거래공간의 전자지갑에 보관했는데, 적법수익으로 가장하려는 목적으로 보관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skh88120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