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숨 안쉰다" 부모·삼촌은 아동학대범…양육수당 월 500만원 유흥비로

자녀 학대·방임 일삼은 부모와 지인 11일 첫 재판
자녀만 8명, 지자체 보조금 유흥비로 탕진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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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뉴스1) 윤왕근 기자 = "아이가 숨을 쉬지 않아요."

지난 4월 4일 오전 11시 22분 강원소방 상황실에 다급한 목소리의 전화 한통이 걸려왔다.

신고는 A 군(8)의 어머니 B 씨(33)의 부탁을 받은 '삼촌'이 했다.

신고를 접수한 구급대원이 강릉시 노암동의 한 주택으로 출동했지만, A 군은 이미 숨을 거둔 상태였다. 웅크린 상태로 침대에 누워있던 아이에게선 사후강직 현상이 나타나, 호흡이 멎은 지 상당 시간이 흐른 것으로 보였다. 또 왼쪽 눈에는 옅은 멍자국도 보였다.

학대를 의심한 경찰이 조사한 결과 아이가 사망에 이른 것은 엄마 B 씨와 아빠 C 씨(35), 그리고 최초 신고자인 '삼촌' D 씨(35)가 A 군에게 가한 아동학대와 방임 때문이었다.

A 군을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눈에 든 멍자국은 사망에 이를 정도의 외상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경찰은 신장질환을 앓고 있던 A 군을 부모가 방치해 사망한 것으로 봤다.

다만 이 '멍자국'은 B 씨 부부가 아이에게 오랜 시간 가한 아동학대 정황이 수면 위로 드러난 단서였다.

멍자국은 이미 열흘 전 담임교사가 발견했다. 당시 교사는 아동학대를 의심해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 당일 경찰과 강릉시청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이 학교에 찾아가 A 군을 만났지만, 아이는 별다른 진술을 하지 않았다.

A 군의 부모는 경찰에 "아이들끼리 장난을 치다가 눈을 부딪쳤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A 군의 형제는 "'삼촌'이 던진 책에 맞아 눈에 멍이 생겼다"고 엇갈린 답변을 했다.

아이들이 '삼촌'이라고 부른 이는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B 씨 부부의 '지인' D 씨였다. D 씨는 사건 당시 A 군의 집에 함께 살고 있었다.

또 A 군에게는 위아래로 7명의 형제가 더 있었다. 요즘 세상에 보기 드문 가족의 형태였다.

이에 강릉시가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면서 이들의 아동학대 의혹에 대한 조사가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그사이 A 군은 숨을 거뒀다.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 전경.(뉴스1 DB)

부모는 별다른 직업이 없었지만 매일 '삼촌', 친구들과 늦은 밤까지 술을 먹고 흥청망청 돈을 썼다. 이웃주민들도 "도대체 무슨 돈이 있어서 저렇게 먹고 노느냐"며 우려했다.

이 돈은 지자체가 이들 부부에게 지급해 온 '보조금'인 것으로 드러났다. 강릉시는 다자녀 가구인 이들 부부에게 생계와 주거급여, 아동과 양육수당 등 매월 500만 원 안팎 수준의 보조금을 지급해 왔다.

A 군 사망 이후 금융계좌 내역을 분석한 경찰은, 보조금 대부분을 유흥비 등 양육과는 전혀 상관없는 곳에 사용한 것을 확인했다. 이는 이들 부부의 아동학대와 유기, 방임을 입증하는 데 결정적 근거가 됐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부모 B 씨와 C 씨를 아동학대처벌법상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또 '삼촌' D 씨도 상습아동학대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의 보완수사 과정에서 '또 다른 삼촌' E 씨(35)의 아동학대 혐의도 새롭게 밝혀졌다. E 씨는 불구속 기소됐다.

이에 더해 B 씨 부부가 또 다른 자녀 F 양(4)이 앓고 있던 눈 질환을 외면, 중상해에 이르게 한 사실도 밝혀졌다.

8명의 자녀를 두고 책임은커녕 학대와 방임을 일삼아 아이를 숨지게 한 비정한 부모와 삼촌들은 11일 오후 춘천지법 강릉지원에서 열리는 이 사건 첫 재판에서 연갈색 죄수복을 입고 얼굴을 드러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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