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없이' 이웃집 80대 살해한 50대 항소심도 무기징역

1심과 달리 주거침입 혐의 '유죄' 판단
재판부 "사망자 주거 평온도 보호해야"

춘천지법 전경./뉴스1

(춘천=뉴스1) 이종재 기자 = 80대 이웃의 집에 침입해 아무 이유 없이 잔혹하게 살해한 50대가 항소심에서도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제1형사부(민지현 부장판사)는 19일 A 씨(53)에 대한 살인, 특수주거침입, 주거침입 혐의 항소심 선고 공판을 열어 원심판결(무기징역)을 파기하고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형량은 원심과 같지만 2심 재판부는 1심에서 무죄판결을 내린 주거침입 혐의도 유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A 씨는 지난해 8월 양구군 국토정중앙면의 이웃 주민 80대 여성 B 씨 집에 들어가 B 씨를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숨진 B 씨는 범행 당일 오전 집을 찾은 요양보호사에 발견됐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 집의 CCTV 영상 등에서 확인되는 사실을 종합해 보면 피고인만 피해자 집에 들어갔던 것으로 판단된다. 제3자가 범행 시각에 출입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살인 혐의에 대해 유죄판결을 내렸다.

다만 1심은 A 씨가 B 씨를 살해한 후 증거인멸 등을 위해 재차 B 씨 주거지에 들어간 행위(주거침입)에 대해선 '사람'의 주거에 사자(死者)는 포함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이 사건을 다시 살핀 2심 재판부는 A 씨의 주거침입 혐의에 대해서도 1심과 달리 '유죄'라고 봤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 집에 다시 침입할 당시 피해자가 사망한 상태에 있었으나 사망한 자의 주거 평온 역시 보호해야 한다고 판단된다"며 "특히 피고인은 피해자를 살해한 뒤 증거 등을 인멸하기 위한 목적으로 다시 침입한 것으로, 피해자의 주거지 평온이란 권리가 2차 침해됐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2심 재판부는 검사의 항소를 받아들여 1심 판결을 전부 파기하고, 기존 살인 혐의에 1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주거침입 혐의까지 유죄로 판단, 무기징역 판결을 했다.

A 씨는 그동안 재판 과정에서 "사건 당일 기억이 나지 않는다" "검사가 심증만으로 무리하게 기소했다"며 무죄를 주장해 왔다.

leej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