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발진 의심' 재연 시험 놓고 "절차상 하자" vs "일방적 주장" 공방
운전자 측 "통보 없이 진행"… 제조사 측 "불참 의사 확인"
- 윤왕근 기자
(강릉=뉴스1) 윤왕근 기자 = 지난 2022년 12월 이도현 군(당시 12세)이 숨진 급발진 의심 사고의 책임소재를 가리기 위한 민사소송 6번째 재판에서 사고 차량 운전자(원고)와 제조사(피고) 측의 공방이 이어졌다. 올 5월 실시한 급발진 '추가 재연 시험'의 신뢰성을 놓고서다.
춘천지법 강릉지원 민사2부는 18일 사고 차량 운전자 A 씨(68·여)와 이 군 유족이 차량 제조사를 상대로 낸 7억 6000만 원 규모의 손해배상청구 소송 공개재판을 속행했다.
이날 재판에선 피고 측 요청으로 올 5월 10일 진행한 '추가 재연 시험'을 두고 공방이 이어졌다. 특히 원고 측은 피고 측 요구로 실시한 추가 감정의 절차와 신뢰성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을 폈다.
원고 측 소송대리인인 법률사무소 나루의 하종선 변호사는 "보완 감정은 원고 측이 제공한 차량을 이용해 유사한 조건에서 하도록 돼 있다"며 "(그러나) 당시 재연 시험은 원고 측에 통보 없이 이뤄졌고, 당시 사고 도로와 맞지 않은 자동차안전연구원 주행시험장에서 피고 측 직원이 운전해 진행됐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피고 측 소송대리인은 "감정인을 통해 원고 측 변호인에게도 (재연 시험에 대해) 연락했다"며 "변호인이 참석할 의향이 없다고 해 감정 실시를 알리고 진행한 부분"이라고 반박했다.
양측은 이 '재연 시험'의 통보 여부를 두고 감정인에게 확인하기 위해 법원에 사실조회를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양측은 올 1월 30일 4차 공판 때 진행한 영상 검증과 관련, '제동등 점등' 여부에 관한 재판부 발언의 조서 기입 사항을 두고도 대립각을 세웠다.
원고 측은 "1월 30일 4차 공판 당시 진행된 영상검증 조서에 누락된 부분이 있다"며 추가 기입을 요청했지만, 피고 측은 "추가할 수 있는 검증 조서 자체의 오류가 아니다"고 맞섰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영상을 다시 보고 재검증 필요성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이 사고로 숨진 도현 군 아버지 이상훈 씨는 공판 직후 취재진과 만나 최근 국회 국민 청원에 다시 올린 '급발진 의심사고시 입증책임 전환을 위한 제조물책임법 개정에 관한 청원'에 대한 동참을 호소했다.
이 씨는 "현행 제조물책임법은 급발진 의심사고시 사실상 불가능한 소프트웨어 결함에 대한 입증책임을 사고 당사자나 유가족이 해야 해서 불합리하고 불공정하다"며 "자동차 제조사에서 결함 없음을 증명하도록 하는 입증책임 전환에 대한 법 개정이 올해 안에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씨는 "지난 3월 EU에서도 소비자인 원고가 기술적 또는 과학적 복잡성으로 인해 제품 결함과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게 과도하게 어려운 경우 결함과의 인과관계를 추정해 입증책임을 소비자에서 제조사로 넘기는 조항을 신설했다"고 부연했다.
이 씨는 "급발진 사고 원인을 전적으로 운전자에게 입증케 하는 자체가 모순된 행위이며 국가폭력"이라며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제조물책임법 조항을 최소한 급발진 의심사고시엔 자동차 제조사가 급발진 결함이 없음을 입증하도록 책임을 전환하는 제조물책임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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