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만에 '간첩 누명' 벗었지만…형사 보상은 '하세월'

납북귀환어부 "형사보상 신속 진행하라" 법원에 촉구

법원의 형사보상 결정을 촉구하는 동해안 납북귀환어부와 가족들(동해안납북귀환어부 피해자시민모임 제공) 2024.6.13/뉴스1

(속초=뉴스1) 윤왕근 기자 = 북한 경비정에 납치됐다가 귀환한 뒤 간첩으로 몰려 처벌받았던 납북귀환어부들이 재심을 통해 50 년만에 억울함을 풀었지만, 형사보상이 지체되자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동해안납북귀환어부 피해자시민모임과 강원민주재단, 공익법률지원센터 파이팅챈스는 13일 춘천지법 속초지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납북귀환어부들이 청구한 형사보상절차를 법에 정한 6개월 이내에 결정하라"고 촉구했다.

이들 단체에 따르면 재심을 통해 무죄를 받은 납북귀환어부들이 법원에 신청한 형사보상 결정이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형사보상절차는 재심 무죄 이후 피고인의 구금 기간과 피고인 사망시 상속관계를 확인해 내리는 결정으로, 재심개시절차와 공판절차로 나뉘어 있는 재심절차와 달리 별도의 심문, 공판기일지정 없이 서류로만 진행한다.

국회는 2018년 3월 '형사보상 및 명예회복를 위한 법률'을 개정해 법원의 형사보상결정기한을 6개월로 정했다. 형사보상결정이 과도하게 지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무죄를 선고받은 납북귀환어부와 가족이 신청한 형사보상 신청은 많게는 1년이 넘도록 결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1968년과 1972년 두 차례 납북귀환해 반공법 위반으로 처벌받았던 고(故) 김달수 씨는 지난해 1월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 받았다. 이에 딸 해자 씨가 같은 해 4월 형사보상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지만, 1년하고도 두 달이 지난 현재까지 결정은 '깜깜 무소식'이다.

김해자 씨는 "기다리다 지쳐 지난달 직접 강릉지원을 방문해 빠른 결정을 촉구했지만 여전히 기다려보라는 답변만 듣고 왔다"며 "무죄 판결을 받고도 형사보상결정을 마냥 기다려야만 하는 현실에 답답하고 지친다"고 호소했다.

단체는 "납북귀환어부들은 형사처벌 후에도 국가 기관으로부터 지속적으로 사찰받는 등 인권침해로 개인 뿐 아니라 가족의 삶이 파괴됐다"며 "이들의 무죄판결 이후 형사보상은 당연한 것으로, 결정이 지연되는 것은 납북귀환어부와 그 가족의 명예와 피해회복이라는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형사보상절차를 법에 정한 6개월 이내에 결정하라"며 "6개월의 기한을 준수하지 못한다면 그 이유를 당사자에게 충분히 설명하라"고 촉구했다.

1970년대 조업 중 북한 경비정에 의해 납북, 고초를 겪다 세상을 떠난 납북귀환어부 장모 씨의 재심이 열린 31일 춘천지법 속초지원 앞에서 장 씨의 유족과 납북귀환어부 피해 진실규명 단체 회원들이 무죄 판결에 환호하고 있다. 2022.8.31/뉴스1 ⓒ News1 윤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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