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이틀째 펄펄 끓는 강릉의 밤…'열대야 피난처' 찾아 바다로, 다리로

11일 오후 6시 1분 강릉 기온 '34.2도'…이틀 연속 열대야
"에어컨 틀고 싶지만" 감기, 전기세 걱정에 밤바람 쐬러

이른 열대야가 기승을 부린 지난 11일 오후 강원 강릉시 안목해변을 찾은 시민이 바닷물에 발을 적시며 무더위를 식히고 있다. 2024.6.12/뉴스1 윤왕근 기자

(강릉=뉴스1) 윤왕근 기자 = "바다에 발을 담그니 그나마 좀 시원해지는 것 같아요."

지난 11일 오후 6시 강원 커피거리로 유명한 안목해변. 한낮에도 펄펄 끓던 날씨는 해가 질 때가 다가오는데도 떨어질 줄 모르고 있었다. 이 시각 기온은 무려 34.2도.

김상준 씨(37)는 이날 무더위를 피해 여자친구와 함께 바닷바람을 쐬러 나왔다.

김 씨는 "낮에도 푹푹 찌더니 해가 질 무렵인데도 기온이 크게 떨어지는 것 같지 않다"며 "바다에 발을 담그니 더위가 좀 가시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이른 열대야가 기승을 부린 지난 11일 오후 강원 강릉시 월화교를 찾은 시민들이 무더위를 식히고 있다. 2024.6.12/뉴스1 윤왕근 기자

도심에서는 무더위 취약계층인 동네 어르신들이 열대야를 피해 다리 위로, 동네 정자로 모여들었다. 분수조명이 장관인 강릉 월화교에도 다리 밑에서 열리는 단오장 야경도 구경할 겸 어른들이 마실 나와 있었다.

최 모 씨(70대)는 "집에서 에어컨을 틀자니 전기세 걱정도 되고 강바람이 더위를 피하기 더 좋을 것 같아 나왔다"며 "단오장 야경도 보고 친구들과 수다도 떨고 하니 더위가 좀 덜하다"고 말했다.

단오장에서도 시민들이 연신 부채질하면서도 축제를 즐겼다. 아이스커피를 파는 매대에서는 점원들이 연신 컵에 얼음을 담기 바빴다.

단오장을 찾은 강태환 씨(38)는 "단오장에서 서커스도 보고 감자전에 시원한 맥주를 한잔 마시니 그렇게까지 더운 줄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른 열대야가 기승을 부린 지난 11일 오후 강원 강릉시 월화거리를 찾은 무더위를 식히고 있다. 2024.6.12/뉴스1 윤왕근 기자

그렇게 펄펄 끓는 강릉의 밤은 동이 틀 때까지 이어졌다. 강원지방기상청에 따르면 12일 오전 4시 6분 강릉의 최저기온은 26.3도. 이틀째 열대야가 관측됐다.

열대야는 밤사이 전날 오후 6시1분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으로 유지되는 현상을 말한다.

강릉에선 전날에도 올해 전국 첫 열대야가 관측됐다. 지난해보다 무려 18일이나 빠른 것이다.

이에 강릉시민들의 '열대야 피난'은 이날 동트기 전까지 이어졌다.

시원한 바닷바람이 제맛인 남항진 솔바람다리에선 평일 이른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산책을 나와 바람을 쐬는 시민들을 볼 수 있었다.

이른 열대야가 기승을 부린 지난 11일 오후 2024 강릉단오제가 열리는 강원 강릉 남대천변 일대에 모인 시민들이 무더위를 잊은 채 축제를 즐기고 있다. 2024.6.12/뉴스1 윤왕근 기자

일찍 찾아온 무더위에 온열질환자도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해 도내에서 발생한 온열질환자는 6명(추정 사망자 수 1명)이다. 지역별로는 춘천 3명, 인제 2명, 양구 1명으로 집계됐다.

온열질환은 열로 인해 발생하는 급성질환으로 뜨거운 환경에 장기간 노출됐을 때 두통, 어지러움, 근육경련, 피로감, 의식 저하 증상을 보인다. 특히 환자가 방치됐다면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는 질병이다.

이런 가운데 올여름(6~8월) 기온이 평년보다 높고 역대급 무더위가 예고되면서 온열질환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 관계자는 “당분간 강원도 기온은 평년과 비슷하거나 조금 높겠고, 최고 체감온도는 31도 이상 올라 덥겠으니, 건강관리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른 열대야가 기승을 부린 지난 11일 오후 강원 강릉시 안목해변을 찾은 시민이 바닷물에 발을 적시며 무더위를 식히고 있다. 2024.6.12/뉴스1 윤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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