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발진 입증, 여전히 국민이"…도현이마저 떠나 보낸 21대 국회
'급발진 입증' 소비자가 하라는 현행법 고치는 것이 골자
21대 임기 종료로 '도현이법' 자동폐기…공은 22대로
- 윤왕근 기자
(강릉=뉴스1) 윤왕근 기자 = 21대 국회가 지난 29일부로 종료됐다.
말 많고 탈 많던 이번 국회가 종료됨에 따라 2022년 강원 강릉에서 일어난 '급발진 의심사고'로 촉발된 '도현이법'도 자동 폐기 수순을 밟게 됐다.
이른바 '도현이법'이라 불리는 제조물책임법 일부 개정안은 차량 결함 발생 시 그 입증책임을 소비자가 아닌 제조사가 갖도록 하는 데 있다.
현행 제조물책임법은 급발진 의심사고 등 자동차 결함 의심 발생 시 그 입증책임을 차량을 만든 제조사가 아닌 소비자가 하도록 돼 있다. 첨단기술이 집약된 수만 개의 부품으로 이뤄진 자동차의 오작동과 결함을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이 입증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지난 2022년 12월 강릉에서 일어난 '급발진 의심사고'로 아들을 잃은 이상훈 씨는 "자동차 급발진 의심 사고 시 입증책임을 소비자가 아닌 제조사가 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나섰다.
이 씨가 올린 '급발진 의심 사고 발생 시 결함원인 입증책임 전환 청원'을 국회 국민동의 청원은 닷새 만에 5만 명이 동참하면서 제조물책임법 일부법률개정안, 일명 '도현이법' 제정 촉구 분위기로 이어졌다
공분이 일자 유력 정치인들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지난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급발진 사고의 피해 입증책임이 전적으로 소비자에게 있는 제도적 미비가 원인"이라며 "피해자 입증책임을 완화하는 제도 개선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여당의 중진이자 강릉을 지역구로 둔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도 “비극의 실체를 규명하고, 반복되지 않도록 관련법 개정을 비롯한 제도적 개선에 힘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도현 군 사례가 국민적 공분을 일으키며 실제 21대 국회는 더불어민주당 허영 의원을 비롯해 국민의힘 정우택 의원,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등 여야가 합심해 해당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소관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가 산업계 영향을 우려해 신중한 자세를 취하면서 계류를 거듭했다. 그러는 사이 총선이 끝났고, 마지막 임시국회에서도 '도현이법'은 끝내 통과되지 못하고 폐기됐다.
이날 21대 국회 임기 종료를 지켜본 이상훈 씨는 "민생을 외면한 국회"라고 말했다.
이 씨는 "사고의 안타까움을 넘어 청원에 5만 명 이상이 동의했다는 것은 '차량 결함을 소비자가 왜 입증해야 하느냐'는 국민의 공분을 나타낸 것"이라며 "법안과 관련한 회의도 한 차례밖에 열리지 않았다는 것 자체도 너무 답답했다"고 말했다.
이 씨는 "공정위는 입법례가 없다는 이유와 산업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이유로 시간 끌기를 해 왔다"며 "이 역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선제적으로 생각하지 않은 직무유기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1대 국회에 해당 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줄 것을 목소리 높였건만, 21대는 끝이 났다. 22대 국회에선 경제적 약자인 소비자를 위해 해당 법안을 꼭 통과시켜 주리라 믿는다"고 전했다.
이제 공은 30일 열리는 22대 국회로 넘어갔다.
21대에서 해당 법안을 대표 발의했던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도현이법'을 바로 재발의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허 의원은 "21대 때 진전시켜 놓은 것이 있기 때문에 법안 검토 과정 등은 조속하게 진행될 수 있다"며 "민주당에서 '도현이법'을 우선 처리법안으로 지정할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정위도 현재보다는 진일보한 자세를 취할 것"이라며 "임기 초반 도현군 아버님과의 적극 논의해 해당 법안이 최대한 빨리 처리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2022년 12월 6일 오후 3시 56분쯤 강원 강릉시 홍제동 한 도로에서 60대 A 씨가 몰던 소형 SUV가 배수로로 추락했다. 이 사고로 동승자이자 A 씨 손자인 도현군이 숨지고, A 씨가 다쳐 병원 치료를 받았다.
이를 두고 운전자이자 유족 측은 해당 사고가 '급발진'으로 일어난 것이라며 제조사를 상대로 7억 6000만 원 규모의 민사소송을 제기, 재판이 이어지고 있다.
wgjh6548@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