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없는 놀이터 부지기수"…초등생 확 줄고 문 닫는 유치원 '속출'

20년간 초등학생 수 '12만→6만' 반토막…유치원 수 71곳 감소
출생아 수 2000년부터 연평균 530명씩 '뚝'…출산 돕는 시·군들

어린이 자료사진. 사진은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뉴스1 DB)

(강원=뉴스1) 신관호 기자 = "10년 전만 해도 놀이터와 공원엔 어린이들이 가득했는데, 요즘에는 아이들 웃음소리 듣기도 어렵네요."

5일 어린이날이지만, 어린이를 보기가 쉽지 않다. 강원도 어린이 수도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특히 강원도 내 연간 초등학생 수가 작년 7만 명 선마저 무너졌고, 유치원 원아 수도 1만2000명 수준으로 급감했다.

더구나 도내 출생아 수는 비교적 더 크게 줄어 7000명 선에 그치는 상황이다. 이 같이 어린이 수가 줄면서 도내 주요 시·군마다 출산율을 높이려는 지원 대책을 강구하며 파격적인 시책도 펴고 있다.

◇ 20년 동안 반 토막난 강원 초등학생 수 '12만 → 6만'

한국교육개발원과 통계청 확인결과, 강원도 내 초등학교 학생 수는 작년 기준 6만9298명을 기록했다. 이는 통계청 등이 공개한 2004년 이후 역대 20년간 도내 초등학교 학생 수 중 가장 적은 규모에 해당한다.

2004년 당시 도내 초등학생 수는 12만2661명이다. 이와 비교하면 작년 도내 초등학생 수는 20년 전보다 5만3363명(43.5%) 줄어든 셈이다.

이처럼 2004년 12만 명이 넘었던 도내 초등학생 수는 2006년 11만 명 선으로 줄었고, 2010년 9만9797명을 기록하며 10만 명 선도 붕괴됐다. 또 2012년부터 2014년까진 8만 명대를 유지했고, 2015년부터 2022년까지 7만 명대를 기록했는데, 작년 7만 명 선마저 무너진 것이다.

이처럼 초등학생 수가 줄면서 학교도 점차 줄어들었다. 2004년 366개교였던 강원의 초등학교 수는 작년 349개교였다. 20년간 도 전체 초등학교 수가 17개교(4.6%)가 줄어든 셈이다. 지역별로 폐교와 개교 등 절차가 이어졌지만, 폐교된 학교 수만큼 개교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이에 따라 초등학교 학급당 학생 수 역시 줄었다. 초등학교 수 감소폭보다 초등학생 수 감소규모가 비율적으로 더 크게 나타나면서다. 파악된 통계로만 보면 2011년만 해도 도내 초등학교 1학급당 21.35명의 학생이 있었으나, 작년엔 1학급당 학생 수가 16.38명에 불과했다.

초등학교 자료사진. 사진은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뉴스1 DB)

◇ '원아 줄면서 문 닫는 유치원 속출'…20년간 71곳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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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내 유치원 수와 원아 수도 마찬가지였다. 작년 도내 유치원 수는 353곳으로, 20년 전인 2004년 424곳과 비교해 71곳(16.7%)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도내 유치원 수 400곳 선이 무너진 건 2010년으로 397곳을 기록했다.

이후 2011년부터 2015년까지 379~396곳 사이에서 증감을 보였고, 2016년 다시 379곳으로 줄어든 뒤 작년까지 해마다 감소했다.

이 같이 유치원 수가 줄어든 건 유치원 원아 수가 급격히 줄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작년 도내 유치원 원아 수는 1만2681명으로 기록됐다. 이는 2004년 1만5921명과 비교해 3240명(20.4%) 적은 규모다.

특히 도내 유치원 원아 수는 2007년 1만4904명을 기록하며 1만5000명 선이 무너졌고, 이후 2012년부터 2016년까지 1만5000~1만8000명 선 사이의 증감을 보이다 결과적으로 늘었지만, 2017년 1만7438명으로 다시 줄었다, 그 뒤 해마다 꾸준히 줄어 작년 1만2000명 선까지 적어진 것이다.

이런 추이를 보이면서 2011년 17.94명이던 도내 유치원 1학급당 원아 수도 작년 14.12명으로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 23년간 강원 출생아 감소율 62.6%…출산 돕기 나선 도시들

도내 유치원과 초등학교 등 어린이 수가 감소하는 추세는 출생아 수 감소 추이와 비례하는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통계청이 공개한 2000년부터 2022년까지 23년간 인구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강원의 연간 출생아 수는 그 23년 사이 1만2000명 넘게 줄었다. 연간 약 530명씩 줄어든 셈이다.

2022년 기준 도내 출생아 수가 7278명인데, 이는 2000년(1만9482명)과 비교해 1만2204명(62.6%)이 적은 규모다. 역대 23년 조사 통계 중 최저치다. 특히 도내 연간 출생아 수는 2017년 8958명을 기록하며 1만 명 선이 붕괴됐는데, 이후 해마다 그 수가 꾸준히 줄면서 7000명 선까지 감소한 것이다.

이처럼 강원의 출생아 수와 어린이 수가 함께 줄어든 가운데, 도내 주요 시·군마다 이를 겨냥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그중에서도 2021년 행정안전부가 지정한 도내 인구감소 지역들이 집중적인 관련 시책을 펴고 있다.

태백시는 올해부터 난임부부 시술비 지원을 확대했다. 지원 사업의 소득 기준을 없앤 것이다. 이에 '난임 진단서'를 제출한 모든 부부는 시로부터 인공수정 등 비용을 지원받는다. 사실혼 부부도 가능하다. 또 이달부턴 가임력 보존을 위한 '냉동 난자 보조생식술 지원 사업'도 시행한다.

평창군은 최근 군청 직원들에게도 인구시책을 적용했다. 근무성적평정 및 부서장평가 등을 합산해 4개 등급(S, A, B, C)으로 분류해 심사를 거쳐 성과상여금을 지급하는데, 다자녀 공무원(3명 이상)에겐 부서장평가와 관계없이 최소 A등급을 부여한 것이다.

이 밖에 영월군의 경우 결혼 비용 지원금을 시책을 내놓기도 했으며, 횡성군은 지역소멸 위기를 막기 위해 주민 등과 작은 학교 살리기에 나서 결실을 맺었다. 올해 교육부 학교복합시설 1차 공모사업에 '서원초 스포츠교육센터 건립'이 선정된 것이다.

도내 주요 시‧군의 인구정책 관계자들은 “지방소멸을 막기 위해 당장 주민등록인구를 높일 수 있는 인구 유입 지원 대책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출생아 수와 어린이 수가 늘어야 한다”며 “어린이는 미래인구면서, 지역의 미래인 만큼 파격적인 시책들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진열된 유모차. 사진은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뉴스1 DB)

skh88120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