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 개막 하루 앞둔 경포…얼굴 안 비추는 '벚꽃'

'영랑호 벚꽃축제' 한 차례 연장한 속초시 '노심초사'

경포벚꽃축제 개막을 하루 앞둔 4일 강원 강릉시 경포도립공원 일대 벚나무가 아직 개화하지 않은 모습이다.2024.4.4/뉴스1 윤왕근 기자

(강릉·속초=뉴스1) 윤왕근 기자 = 최근 들쑥날쑥한 날씨에 벚꽃 개화 시기가 늦어지면서 강원지역에서도 '벚꽃없는 벚꽃축제'가 개막할 것으로 보여 지자체와 상인의 애간장이 녹고 있다.

경포벚꽃축제 개막을 하루 앞둔 4일 강원 강릉 경포도립공원 일대는 축제를 위한 각종 부스가 설치되고 벚나무엔 야간 경관을 위한 조명등이 달리는 등 축제 준비를 모두 마친 상태였다.

이미 벚꽃을 즐기러 온 '봄 손님'도 보였지만 단 하나, 주인공 '벚꽃'만 보이지 않았다.

예년 이 시기였으면 이미 벚꽃이 만개해 경포 일대에 '벚꽃비'가 내려야 하지만 전날 강릉엔 '애꿎은 비'만 내렸다. 축제 개막을 하루 앞둔 이날은 비가 내리진 않았지만 흐린 날씨를 보여 행사장은 더욱 썰렁해 보였다.

경포도립공원을 찾은 김성현 씨(37·경기)는 "축제 기간에 맞춰 강릉 여행을 왔는데 아직 벚꽃이 피지 않아 서운하다"며 "내일은 조금 더 포근하다고 하니 꽃망울이 꼭 터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포벚꽃축제 개막을 하루 앞둔 4일 강원 강릉시 경포도립공원 일대 벚나무가 아직 개화하지 않은 모습이다.2024.4.4/뉴스1 윤왕근 기자

강릉시는 이미 늦은 벚꽃 개화로 해당 축제를 1주일 연기한 상황. 축제 연기에도 벚나무에 꽃망울이 터지지 않으면서 축제를 준비한 지자체와 '벚꽃 대목'을 노린 상인들의 노심초사가 이어지고 있다.

강릉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A 씨(40대)는 "축제를 연기했는데도 벚꽃이 피지 않아 걱정"이라며 "주말엔 부디 꽃이 펴서 나들이객이 많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릉시는 결국 개화 여부와 상관없이 축제를 정상 운영하기로 하고 주말 벚나무에 꽃망울이 터지길 기대하고 있다.

상황은 올해 처음 열리는 '영랑호 벚꽃축제'를 치르고 있는 속초시도 마찬가지다.

같은 날 영랑호 벚꽃축제가 열리는 영랑호 일대 역시 벚꽃이 개화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일조량이 많은 일부 벚나무엔 꽃망울이 터진 모습도 보였지만, '축제를 치르기엔' 소박한 수준이었다.

속초 영랑호 벚꽃축제 연장 안내.(속초시 공식 페이스북 캡처) 2024.3.28/뉴스1

속초시 역시 지난달 30~31일 해당 축제를 '벚꽃 없는 벚꽃 축제'로 치른 바 있다. 이에 벚꽃 만개가 예상된 4월 6~7일 한 차례 축제를 열기로 하고, 공식 소셜미디어(SNS)에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영랑호 벚꽃축제 2번 합니다'라는 재치 섞인 공지를 하기도 했지만 아직 벚꽃은 분홍빛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다만 오는 주말 강릉 등 강원 동해안은 낮 최고 20도 안팎의 따뜻하고 화창한 날씨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면서 벚꽃이 얼굴을 드러낼 것으로 예측된다.

속초시 관계자는 "축제를 한 차례 연장했음에도 꽃이 피지 않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며 "그래도 주말 날씨가 좋다고 하니 기대를 품고 축제 준비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wgjh654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