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풀리는데… '관리 사각지대' 얼음낚시로 몰리는 강태공들
춘천 사북면 신포리 북한강 일대 '무허가' 낚시객 몰려
- 한귀섭 기자
(춘천=뉴스1) 한귀섭 기자 = 최근 주말 들어 추위가 다시 누그러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강태공들은 여전히 얼음낚시에 나서고 있어 안전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온이 영상 3도 안팎을 보인 27일 오후 1시쯤 강원도 춘천시 사북면 신포리의 한 도로. 인근을 지나자 '낚시터'라고 쓰인 작은 푯말이 보였다. 그 아래 비포장도로엔 차량 수십대가 빼곡히 주차돼 있고, 앞쪽 강가엔 알록달록한 텐트 수십여개가 쳐져 있었다.
차에서 내린 낚시객들은 주로 가족 단위였다. 이들은 텐트, 의자, 낚싯대, 미끼 등을 갖고 강가로 향했다. 부탄가스와 버너 등도 들고 하천을 향해 내려가는 모습도 보였다.
이곳은 주변에 산을 끼고 있는 데다 평소엔 그늘이 져 있어 기온이 낮아지면 얼음이 어는 곳으로 유명하다. 빙어가 잡히는 데다 추울 땐 얼음도 두껍게 어는 것으로 알려져 전국 강태공들에겐 '핫스폿'이나 다름없는 곳이다.
그러나 정작 이곳은 얼음낚시 허가를 받은 장소가 아니다. 그 때문에 안전 요원도 없고, 안전 장비 등도 갖춰져 있지 않았다. 날이 풀리자, 얼음 바닥은 갈라지는 모습이 맨눈으로도 확인될 정도였지만 '위험 대비'는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태였다.
춘천시가 붙여놓은 큼지막한 현수막에도 '이곳은 얼음이 깨질 우려가 있으므로 들어가지 마세요'란 문구가 적혀 있었다. 그러나 낚시객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은 채 누군가 놓아둔 지지대를 밟고 서로에게 "미끄러우니 조심하라"고 당부하며 강가를 향해 내려갔다.
이들은 텐트를 치고 강 위 얼음에 구멍을 파 낚시를 하는가 하면 썰매를 타면서 즐겁게 지냈다. 불을 피우고 음식을 준비하는 모습, 간이 식탁을 펴고 식사를 하는 모습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춘천시는 지난 22일부터 3월3일까지 지역 내 얼음 낚시터 9곳을 대상으로 순찰에 나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곳에서 순찰 요원은 보이지 않았다.
경기도에서 가족과 함께 낚시하러 왔다는 진모씨(50대)는 "'위험하다'는 현수막을 보긴 했는데, 다들 (강으로) 들어가서 당연히 (낚시해도) 되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얼음낚시를 하고 나오던 60대 남성 A씨는 "얼음낚시를 하는 곳이 있긴 하지만, 이곳처럼 텐트 앞에서 먹고 마시며 즐길 수 있는 거의 없다"며 "매년 이곳에 오는데 사고가 난 걸 본 적이 없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유관기관 등과 협조를 통해 얼음낚시 단속을 강화하겠다"며 "시민들도 자칫 위험할 수도 있는 강가 주변은 출입하지 않도록 협조를 부탁한다"고 밝혔다.
강원도소방본부에 따르면 해빙기(매년 12월~다음해 2월) 수난사고 출동 건수는 2019년 0건, 2020년 4건, 2021년 2건, 2022년 6건, 지난해 0건이다.
han12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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