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고파서' 음식 훔치다 적발된 노숙자…불황 속 생계형 범죄 속출

(춘천=뉴스1) 이종재 기자 = 경기불황 속 장사가 안되거나 배가 고프다는 이유로 생필품을 훔치다 붙잡히는 생계형 범죄가 속출하고 있다. 이들의 안타까운 사연은 때때로 감형의 사유가 되기도 하지만 처벌 자체를 피하지는 못한다.

16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장사가 안된다는 이유로 식자재를 수십차례에 걸쳐 훔친 50대 식당 사장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춘천지법 형사3단독 박성민 부장판사는 최근 절도 혐의로 기소된 A씨(51)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또 A씨에게 사회봉사 40시간을 명령했다.

A씨는 지난 2월부터 4월까지 강원 춘천의 한 마트에서 해물모듬, 마늘, 고추장 등 120만원 상당의 식자재를 32차례에 걸쳐 몰래 훔친 혐의로 기소됐다.

식당을 운영하던 A씨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게 되자 손실을 줄여보려고 이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출소 후 야산에서 노숙생활을 하다 배고픔을 해소하려는 이유로 음식을 훔친 40대는 누범기간 중 또 범행을 저질러 또다시 철창신세를 지게 됐다.

춘천지법 제2형사부는 최근 절도 혐의로 기소된 B씨(49)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B씨는 지난 2월부터 11월까지 총 11차례에 걸쳐 홍천군 경로당과 캠핑장, 펜션 등에 몰래 들어가 만두, 돼지고기, 소주 등 40여명의 상당의 식재료와 주류 등을 훔치거나 미수에 그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B씨는 2016년 상습절도죄로 징역 8개월을 선고받는 등 절도 관련죄로 3차례라 형사처벌을 받고도 또다시 범행했다.

재판부는 누범기간 중 상습적으로 범행한 점, 출소 후 사회 부적응 상태에서 가족과의 교류가 끊긴 채 마땅한 직업 없이 야산에서 노숙생활을 하다 생계가 어려워 범행에 이른 점 등을 종합해 B씨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실제로 불황 속 벼랑 끝에 내몰려 우발적 또는 실수로 생필품을 훔치는 ‘현대판 장발장’으로 불리는 생계형 범죄자들은 꾸준히 늘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이성만 무소속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10만원 이하 소액 절도 사건 건수는 2018년 3만9070건에서 2019년 4만8581건, 2020년 5만4972건, 2021년 5만4972건으로 2022년 8만666건 등 최근 4년간 큰 폭으로 늘었다.

leej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