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번 넘게 찔러' 참혹했던 영월 동거녀 살인사건 [결산 2023]
경찰에 자진신고 20대男…범행동기 횡설수설 재판 지연
'혈흔' 담긴 검거현장 바디캠 제시한 검찰 '징역 25년 구형'
- 신관호 기자
(영월=뉴스1) 신관호 기자 = 강원의 2023년은 각종 사건으로 얼룩진 한 해로 기록될 수 있다.
살인, 살인미수, 공무집행방해, 협박, 절도, 주거침입, 강도상해, 강제추행 등 여러 사건이 일어났고, 검찰 수사를 거쳐 재판에 넘겨진 사례도 잇따랐다.
주목되는 사건들 중 하나는 영월의 한 아파트에서 동거녀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20대 남성 이야기다. 수사결과를 통해 밝혀진 사건의 내용이 참혹했기 때문이다.
◇ ‘동거녀 살해했다’ 한낮 경찰에 스스로 범행 신고 후 자해
사건은 지난 7월 24일 낮 12시54분쯤 발생했다, A씨(28)는 당시 영월군 영월읍 덕포리의 한 아파트에서 동거 여성인 B씨(23)를 흉기로 살해했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서둘러 A씨의 위치를 파악, 현장을 찾아 피로 얼룩진 A씨를 검거하려 했다.
그러나 A씨는 즉시 경찰의 조사시설로 옮겨질 수 없었다. 당시 A씨는 범행 후 자해를 시도한 상태였다. 사건 현장에서 차로 약 1시간여 거리에 있는 원주의 한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을 정도였다.
이후 경찰은 중태인 A씨의 건강상태를 수시로 확인했다. 수술과 중환자실 치료 등을 거쳐 회복한 A씨는 결국 절차를 거쳐 구속됐다. 검찰로 송치된 후 살인 혐의를 적용받아 재판에 넘겨졌다.
◇ 첫 재판서 ‘범행동기 모른다’ 수사기관에 변호인 발언마저 부동의
A씨는 경찰에 자진 신고했지만, 첫 재판에선 범행동기를 모르겠다며, 수사기관 조사내용은 물론, 변호인 입장에도 동의하지 않았다. 첫 재판은 지난 9월 7일 춘천지법 영월지원에서 열렸다.
A씨는 경찰에서 ”층간소음으로 힘들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며 ”여자친구에게 흉기를 휘두른 사실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 순간 정신을 잃었다“는 식으로 진술했는데, 첫 재판에서도 “이유를 진짜 모르겠다. 그냥 정신을 차리고 보니 제가 찌르고 있었다”며 울음을 터뜨렸다.
재판부의 수사기관 조사자료 증거활용 동의여부를 묻는 질문에도 “아니다. 제가 말을 하지 않은 것도 그쪽(수사시관)에서 썼다. 모른다고 했는데”라며 부동의했고, 변호인의 ‘피고인이 누적된 스트레스로 낮잠을 자다 일어나 갑자기 죽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는 법정 발언조차 동의치 않았다. 결국 첫 재판은 검찰의 증거신청으로만 마무리됐다.
◇ ‘늦춰진 재판’ 정신감정 필요성 주장…양형조사 나선 법원
A씨의 재판흐름은 경찰 자진 신고 등에 비춰볼 때 예상보다 더뎠다. A씨의 변호인은 지난 9월 21일 두 번째 공판에서 정신감정 필요성을 주장했다. 살해동기에 관한 사실관계 등을 확인할 수 있다는 취지의 입장을 재판부에 전했다.
당시 재판부는 A씨와 변호인이 밝힌 내용이 명시적 심신상실은 아닌 것으로 보고, 정신감정 신청 채택여부를 검토해보겠다며 입장을 정리했다.
이후 재판부는 또 양형조사가 필요하다는 판단도 내렸다. 양형조사는 판결 전 양형자료로 활용할 수 있는 피고인과 관계된 사안 등을 조사하는 것으로, 수치나 서류 등으로 증명이 어려운 내용(형량참작사유 등)도 파악할 수 있다는 게 법조계의 설명이다.
또 변호인은 수사기관의 제시증거에 동의하되, 그 증거 중 혐의 입증취지로 기재된 진술 등은 부인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사건관련 진술 중 살해동기처럼 기재된 내용 등이 있다는 주장이었다. 이후 양형조사가 진행되며 공판은 한 달 넘게 미뤄졌다.
◇ 검찰, 결심서 ‘범행 참혹…190번 이상 찔러’, 징역 25년 구형
검찰은 지난 11월 30일 오전 결심공판으로 열린 A씨 사건의 재판에서 징역 25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위치추적전자장치부착명령도 함께 내려달라고 했다.
그간 A씨에 대한 변호인의 여러 의견이 나온 가운데, 검찰은 범행의 참혹성을 강조하면서 구형이유를 밝혔다. 검찰은 A씨가 흉기로 당시 동거녀 B씨를 190번 이상 찌르는 수법으로 사건을 벌였다며, 범행수법이 중대하고 참혹했다고 판단했다.
앞서 검찰은 그간 공판에서도 사건의 참혹성을 밝혀왔다. 지난 두 번째 공판에서 검찰은 당시 사건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의 ‘바디캠’과 사건 전날 통화내용, 사건관련 승강기 시설의 폐쇄회로(CC)TV 등을 증거로 제시했다.
특히 법정에서 공개된 ‘바디캠’ 영상엔 여러 경찰관들이 사건현장 출입문 앞에서 테이저건과 삼단봉을 들고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는 장면과 출입문을 통해 나온 A씨의 몸 여러 곳에 혈흔이 있는 장면, 그 상태에서 A씨가 검거되는 장면 등이 담겼다.
춘천지법 영월지원 제1형사부는 그간 재판에서 확인된 내용을 종합해 내년 1월 11일 선고 공판을 열 예정이다.
skh88120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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