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설악 비경 15분 만에"…'41년 숙원' 오색케이블카 착공 [결산 2023]

3월 환경부 문턱 넘으며 11월 착공…"41년 숙원 풀렸다" 주민 감격
'시간당 825명' 남설악 비경 홀린다…새해도 환경갈등 여전할 듯

20일 오후 강원도 양양군 서면 설악산국립공원 오색지구에서 열린 오색케이블카 착공식에서 내빈들이 착공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23.11.20/뉴스1 ⓒ News1 한귀섭 기자

(양양=뉴스1) 윤왕근 기자 = 2023년 계묘년(癸卯年)은 강원도와 속초·양양·고성·인제 등 이른바 설악권 주민들에게는 평생 잊지 못할 한해로 기억될 것으로 보인다.

41년 숙원인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사업이 드디어 첫 삽을 떴기 때문이다. 대선판 강원 공약 단골 메뉴이자 환경파괴 논란으로 찬반 갈등이 이어져 온 대표 현안이었던 오색케이블카로 대청봉과 한계령 설경 등 설악의 비경을 2026년부터는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여전히 남아있는 환경 훼손 우려 등 과제도 산적해 있다.

강원 양양주민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찬성 상경집회 자료사진.(뉴스1 DB)

◇'대선판 단골메뉴'…매번 문턱서 좌절

올해를 약 한달 정도 남긴 지난 11월 20일 설악산국립공원 오색지구에서 오색케이블카 착공식이 열렸다.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사업은 설악산국립공원 오색지구부터 끝청까지 약 3.3㎞ 구간에 케이블카와 전망대 등을 설치하는 것이 골자다.

1982년 강원도가 설악산 두 번째 케이블카 설치를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첫 추진 당시인 1982년 강원도가 추진해 건설부가 신청한 문화재 현상변경허가가 문화재청을 넘지 못하며 첫 번째 고배를 마셨다.

지역주민들은 이때까지만 해도 케이블카 설치를 위한 첫 삽을 뜨는데 40년이 넘게 걸릴 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국립공원위원회의 문턱을 넘으면, 문화재청이, 그 너머에는 환경부의 부동의가 매번 사업을 좌초시켰다.

환경훼손 우려에 '대청봉~관모능선'이었던 케이블카 노선을 이날 확정된 '오색지구~끝청'으로 변경·보완하기도 했다.

이후 매번 환경부 문턱에서 좌초하자 부동의 처분에 대한 행정심판을 청구했고, 2020년 말 국민권익위원회 소속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양양군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2021년 환경부가 또다시 재보완을 통보하면서 좌초되는 듯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가 바뀌었고, 환경부도 입장을 달리하면서, 올해 해당 사업에 속도가 붙었다.

환경부는 올해 3월 양양군이 2020년 12월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제기한 '부동의 처분 취소심판' 인용 재결을 근거로, '조건부 동의'를 하면서 사실상 해당 사업 추진이 확정됐다.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착공식을 앞둔 20일 오후 강원 양양군 서면 설악산국립공원 오색지구 오색케이블카 착공식 현장에서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 회원 등이 착공 반대를 위한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2023.11.20/뉴스1 ⓒ News1 한귀섭 기자

◇"남설악 비경 15분 만에" 설레는 관광객

오색케이블카 설치사업이 첫삽을 뜨면서 2026년부터 8인승 곤돌라 53대가 편도 14분28초의 속도로 운행, 시간당 최대 825명의 관광객을 공중으로 실어나르며 설악의 비경을 선사할 예정이다.

특히 그동안 왕복 8시간을 소요해야 오르내릴 수 있었던 대청봉까지 단 '15분' 만에 오갈 수 있게 된다.

현재 등산화 끈을 조이고 설악산 대청봉을 가장 빠르게 오를 수 있는 코스는 오색지구 남설악탐방지원센터~대청봉 약 5㎞ 구간이다. 해당 구간의 소요시간은 편도 4시간, 왕복 8시간 정도로, 가파른 오르막길로 조성돼 있어 체력소모가 심한 구간이다.

결국 이른 새벽 산행에 나서지 않으면 당일치기가 어려워지는 구간이기도 하다.

그러나 케이블카가 개통되면 이 같은 구간을 단 15분 만에 오를 수 있게 돼, 노약자나 장애인 등도 어렵지 않게 대청봉의 비경을 감상할 수 있다.

국내 명산 중 가장 비경이라는 '남설악'의 단풍이나 설경 등 장관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이외에도 깎아지른 바위 절벽인 등선대와 바위 봉우리들의 군락인 칠형제봉 등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환경파괴·경제성 제로"…새해에도 갈등 여전할 듯

그러나 여전히 한쪽에서는 환경파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아, 환경훼손을 최소화하며 공사를 추진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가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 11월 착공식 당시에도 케이블카 설치 반대단체들이 기습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로 생태계가 파괴됨은 물론, 찬성론자들의 주장인 경제적 가치조차 창출할 수 없다는 것이 이유다.

박은정 녹색연합 자연생태팀장은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은 환경적 영향이 막대하게 미칠 수 밖에 없는데 추진과정에서 환경적 검토가 부실했다"며 "사업에 대한 전문검토 기관에서도 모두 부정적 의견을 밝혔음에도 환경영향평가가 통과되고, 이후 행정적 절차가 굉장히 빠른 속도로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간 관광객과 경제성도 과도하게 부풀려 지고, 지역 경제에도 파급력이 굉장히 큰 듯이 이야기하고 있지만, 사실이 아니다"며 "공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사업현장을 방문하거나 각종 자료를 배포해 오색케이블카 사업의 부당성에 대해 알려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양양군과 강원도는 친환경 공법을 사용, 환경훼손을 최소화해 공사를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자재는 소음 피해를 우려해 당초 계획이었던 헬기가 아닌 임시 삭도를 만들어 운반할 예정이다. 또 암반 발파 등의 공법은 사용하지 않는다는 계획이다.

또 콘크리트 타설 면적을 최소화하는 앵커 시공을 사용해 공사를 진행한다. 또 동물 피해 방지를 위해 지주 설치 구간에는 2m 가량의 펜스를 설치한다.

동물 번식기 등에는 공사를 중단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케이블카 운행 시 입장료의 5%를 환경보전기금으로 적립할 계획도 세웠다.

다가오는 2024년 갑진년 새해 이 같은 과정을 거친 오색케이블카 공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지만, 갈등은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41년 숙원이 풀린 지역주민들은 '만에 하나' 사업에 차질을 빚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지난 11월 착공식에 참석했던 이재영(66) 전 양양군 오색2리 이장은 "케이블카 설치사업이 매번 좌초되면서 지역주민들과 함께 상경 투쟁을 불사하는 등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며 "우여곡절 끝에 오늘 착공식을 열었는데, 부디 무탈하게 사업이 마무리되길 고대하고 또 고대한다"고 말했다.

wgjh654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