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별돼 세상 비춰줘"…'급발진 의심사고'로 아들 잃은 아빠의 눈물

이상훈씨 "매일 눈물 삼키며 마음 뜯어내…도현이법 관심을"
운전자 친할머니 불송치·감정결과…제동등 점등 여부 검증·보완감정 예정

지난해 12월 강원 강릉에서 발생한 차량 급발진 의심사고로 숨진 이도현군(사진 오른쪽)과 아버지 이상훈씨(사진 왼쪽) 와 동생, 어머니.(이상훈씨 제공) 2023.12.2/뉴스1

(강릉=뉴스1) 윤왕근 기자 = "우리에게 다가온 빛나는 작은 별, 큰 별되어 세상을 밝게 비추기를."

지난해 12월 강원 강릉에서 차량 급발진 의심사고로 숨진 이도현군(당시 12세)의 1주기를 앞두고 아버지 이상훈씨가 지난 1년 간의 심경과 함께 일명 '도현이법' 개정을 위한 관심을 부탁했다.

이씨는 2일 자신의 SNS에 해당 사고와 도현 군 1주기를 앞둔 심경을 밝혔다.

이씨는 "도현이를 떠나보낸지 1년이 되어가는 상상조차 하기 싫은 그 겨울이 야속하지만 되돌아 온다"며 "얼마나 불안했을까, 얼마나 무서웠을까. 오늘 하루도 살얼음판을 걷듯 벼랑 끝에 서서 조마조마 하며 또 하루를 살아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도현이가 있던 그 자리에는 이제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에 매일 눈물을 삼키며 마음을 쥐 뜯어낸다"며 "오늘 하루도 살얼음판을 걷듯 벼랑 끝에 서서 조마조마 하며 또 하루를 살아간다"고 심경을 풀어냈다.

도현군 사고로 전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킨 제조물책임법 개정, 일명 '도현이법' 제정을 위한 관심도 당부했다.

지난해 12월 강원 강릉에서 일어난 차량 급발진 의심사고 현장.(뉴스1 DB)

이번 사고는 12월6일 오후 3시56분쯤 강릉시 홍제동 한 도로에서 60대 A씨가 몰던 소형 SUV가 배수로로 추락했다. 이 사고로 동승자 도현군이 숨지고, 운전자이자 도현군의 친할머니인 A씨가 다쳐 병원 치료를 받았다.

해당 사건을 조사한 강릉경찰서는 국과수 분석 결과 증거부족을 이유로 최근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사 혐의로 입건된 A씨에 대해 '혐의 없음' 판단을 내리고 사건을 불송치하면서, 형사 건은 사실상 종결된 상태다.

이와 별개로 급발진 의심사고의 책임 소재를 가리기 위한 운전자 측과 자동차 제조사 간 민사소송 재판이 현재 진행 중이다.

운전자 측은 사고 차량의 설계 결함을 주장하고 있고, 자동차 제조사 측은 운전자의 페달 오조작을 주장하며 상반된 주장을 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법원이 채택한 사고기록장치(EDR)·음향분석 감정인은 기존 국과수 감정결과와 제조사 측 주장과 상반되는 감정결과를 내놓은 상태다.

지난달 28일 열린 3차 변론에서는 재판부가 사고 당시 차량 후방 중간 '보조 제동등' 점등 여부를 확인할 필요성이 있다며 영상검증을 진행하기로 했다.

지난해 12월 강릉에서 발생한 급발진 의심사고의 책임 소재를 가리는 손배소 감정기일이 열린 27일 사고차량 운전자 아들이자 사고로 숨진 아이의 아버지인 이모씨가 춘천지법 강릉지원 앞에서 심경을 밝히고 있다. 2023.6.27/뉴스1 윤왕근 기자

앞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사고 차량이 '1차 모닝 추돌 전 좌회전을 하기 위해 신호대기를 할 때는 후미에 보조 제동등이 들어오지만, 추돌 전후 상황에서는 점등 상황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감정결과를 내놨다.

제조사 측에서는 이를 근거로 A씨가 브레이크를 밟지 않은 '페달 오조작' 가능성을 주장하고 있고, 운전자 측에서는 사고 당시 후방 좌우 브레이크등은 들어와 있는 것으로 볼 때 가운데 보조 제동등은 급발진으로 이미 고장난 상태였다는 주장이다.

재판부는 이 같은 의견이 대립하자 변론 종결 전 영상검증을 통해 다시 한번 살피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다음 재판은 내년 1월30일 춘천지법 강릉지원에서 검증기일이 진행될 예정이다.

한편 이번 사고로 도현군 아버지 이씨는 "자동차 제조사가 급발진 결함이 없음을 입증해야 한다"며 국민동의 청원을 신청, 5만명 동의 요건을 충족해 국회 소관위원회인 정무위로 회부돼 제조물책임법 개정 논의가 이뤄질 수 있게 됐다.

또 강릉을 지역구로 둔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도 해당 사고 관련 언급을 통해 제도 개선 필요성을 주장하는 등 정치권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wgjh654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