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지역 20·30대 조폭들, 600억대 마약 밀수·유통…20명 구속(종합)

검·경, 특가법 위반 등 남녀 32명 붙잡아…39살 총책 ‘인터폴 수배’
‘왕십리파·에까마이파’…‘조직탈퇴 보복 등 행동강령’까지

춘천지검 영월지청과 강원 평창경창서가 최근 마약 밀수·유통 조직 관련 혐의를 받는 32명을 검거한 가운데, 이들 중 1명을 검거하는 장면. (평창경찰서 제공) 2023.11.20/뉴스1

(평창=뉴스1) 신관호 기자 = 일명 ‘왕십리파’와 ‘에까마이파’ 등 마약 밀수·유통 조직관련 혐의를 받은 20~30대 남녀들이 운반책의 신체 중요부위 주변에 마약류를 숨겨 입국시키는 수법으로 범행했다는 검찰과 경찰(검·경)의 수사결과가 나왔다.

춘천지검 영월지청과 강원 평창경찰서는 20일 평창경찰서에서 ‘마약수사 합동브리핑’을 통해 이 같은 수사결과를 내놨다. 검·경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와 범죄 집단·가입·활동 혐의 등으로 남녀 32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32명 중 20명은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고, 7명은 불구속 상태로 기소됐다. 나머지 5명은 검찰에 불구속 송치돼 조사받는 중이다. 또 32명 중 핵심조직원 13명은 범죄 집단·가입·활동 혐의가 적용, 26명에겐 마약범죄 가중처벌 규정인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가 적용됐다.

이들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7월 말까지 태국에서 국내로 총 30회에 걸쳐 시가 600억 원 상당의 케타민, 코카인 등 마약류 30㎏(60만 명 동시 투약 분)을 항공편으로 밀수입한 혐의와 그 마약을 국내에서 인수, 클럽 등 전국에 유통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경은 수사과정에서 시가 102억 원 상당의 마약류 약 3.4㎏(7만 명 동시 투약 분)과 마약류 판매대금으로 현금 3500만원을 압수했다. 또 1억7000만원 상당의 범죄수익을 기소 전 몰수·추징 보전했다. 나머지 500억 원에 육박한 규모의 마약은 유통된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춘천지검 영월지청과 강원 평창경창서가 최근 마약 밀수·유통 조직 관련 혐의를 받는 32명을 검거한 가운데, 이들에게 확보한 마약범죄 관련 증거물을 공개했다. (평창경찰서 제공) 2023.11.20/뉴스1

검·경은 이 사건 혐의를 받는 조직이 일명 ‘왕십리파’와 ‘에까마이파’ 등으로 활동하면서 현지 마약상과 거래하는 총책, 그 지시를 받아 움직인 관리책과 판매책, 운반책을 모집하는 모집책, 운반책, 별도의 국내 유통조직 2개 등 조직을 구성해 범행을 일삼은 것으로 봤다.

에까마이파는 태국 방콕의 한 마을 이름을 딴 조직으로 왕십리파와 더불어 모두 한국인 조직으로 파악했다. 검·경은 에까마이파가 현지에서 마약을 확보하면 이를 왕십리파를 통해 국내에 유통하는 수법으로 범행이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수사결과, 이들 조직은 경기 안산지역 선·후배 관계 등(학교동창, 형·누나·형수를 비롯한 가족이나 지인 등)으로 태국에서 범행 역할을 분담해 그에 따른 보수를 받았고, 조직 탈퇴 시 보복 등 행동강령을 만들어 범죄단체를 유지해 온 것으로 파악된 상태다.

더구나 이들 조직은 일면식이 없던 사람들도 범행에 가담시킨 혐의도 있다. 검·경은 그 조직이 고수익 알바 광고를 통해 운반책을 모집한 뒤 그들을 상대로 신체 은밀한 부위에 마약을 은닉시켜 입국토록 하는 수법으로 범행했다고 밝혔다. 관리책 1명이 5~7명의 운반책을 인솔하는 수법이다.

춘천지검 영월지청과 강원 평창경창서가 최근 마약 밀수·유통 조직 관련 혐의를 받는 32명을 검거했다. 사진은 범행 관련 조직도. (춘천지검 영월지청 제공) 2023.11.20/뉴스1

검·경은 운반책 중 조직에 속아 범행에 가담한 인원도 있는데, 이들이 태국에서 조직원들에게 여권을 빼앗기거나 범행지시를 받아 움직이게 된 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수사기관 적발 시 ‘대한민국 최고로펌의 변호사를 소개해 빼주겠다’는 식의 말 등으로 범행에 가담토록 한 정황도 찾아냈다고 밝혔다.

이 밖에 검·경은 춘천지검 영월지청, 평창경찰서가 적발한 사건이지만, 강원지역과 관련된 범행은 현재까지 확인된 게 없다는 입장도 내놨다. 검·경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형사의 정보원을 통해 수사하게 된 사안으로, 검찰과 경찰은 수사 초기부터 수사협의회를 개최하고, 핫라인을 통해 수시로 수사상황과 자료를 공유, 단 기간에 핵심조직원을 찾아냈다”고 밝혔다.

또 “조직원들이 대포폰과 텔레그램, 타인 명의 자동차 운행 등으로, 어려운 추적여건에도, 수십 일에 걸친 잠복수사 등으로 핵심조직원까지 검거했다”면서 “국내 조직과 운반책 모집책 관리책, 판매책은 검거했는데, 39살의 현지 에까마이파 총책은 수배 중이다. 제3국 도주를 막기 위해 여권도 말소시킨 상태고 인터폴 적색수배 등으로 추적 중“이라고 덧붙였다.

춘천지검 영월지청과 강원 평창경창서가 20일 평창경찰서에서 마약 밀수·유통 조직 관련 합동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23.11.20/뉴스1 신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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