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보 없던 원주 아카데미극장 28일 본격 철거…찬반 동시집회 반목격화 조짐
주말 철거계획 확정한 원주시…찬반단체마다 수십명 집회 신고
원주경찰서, 27일 서장 주재 대책회의 '안전사고 대비책 마련'
- 신관호 기자
(원주=뉴스1) 신관호 기자 = 강원 원주시가 오는 28일 아카데미극장을 본격 철거키로 하면서 철거찬반단체의 반목이 격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미 몇 달 전 철거가 확정됐지만, 찬반단체가 양보 없이 갈등의 폭을 넓혀온 상황으로, 경찰은 회의를 열고 안전대책까지 세운 상황이다.
27일 원주시와 경찰 등에 따르면 오는 28일 오전 아카데미극장 철거공사가 본격 시작될 계획이다. 시는 철거반대단체의 집회, 공무집행방해로 철거공사가 지연돼 주변상권 피해가 있다며 본격 철거하겠다고 밝혔다. 또 지난 26일 호우로 건물안전위험이 가중됐다는 점도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극장철거 반대단체인 ‘아카데미 친구들 범시민연대’(아친연대)와 철거 찬성단체 중 하나인 원주풍물시장상인회(상인회) 모두 원주경찰서에 철거일정에 맞춰 집회신고를 완료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극장 주변이 보도와 버스정류장 등이 맞물린 곳이라는 점이다. 협소한 위치상 찬반단체와 철거인력을 비롯한 다수 인원이 모이면 안전사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최근 극장철거에 앞서 집기류와 기록물 등의 반출을 위해 수십 명의 원주시 직원이 투입, 극장 내부로 진입을 시도하면서 철거반대단체와 뒤엉키는 상황이 초래된 적도 있다.
더구나 최근 시가 출입을 막은 극장건물에 한 시위자가 들어가 며칠간 농성을 벌여 경찰서장과 원주시장을 비롯한 단체장들의 설득 등으로 사태가 수습되기도 했고, 시청 앞에서도 시와 철거반대단체 측 관계자들이 서로 언성을 높여 대립하기도 하는 등 본격 철거일이 다가올수록 갈등은 더 커진 실정이다.
이에 원주경찰서는 찬반단체마다 20~30명씩 모인 가운데 철거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대책회의에 나섰다. 27일 서장 주재로, 관계부서 회의를 열고, 안전사고 대비방침을 세운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집회신고로 파악된 인원에 맞춰 경찰병력으로 안전사고를 예방할 계획을 세웠다”며 “안전사고가 없도록 잘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아카데미극장은 1963년~2006년 사이 운영 후 문화행사 공간 등으로 활용됐고, 최근 안전문제 등으로 문을 닫았다. 극장의 역사·문화가치를 내세운 '보존' 입장과 안전·유지관리를 지적한 '철거' 입장이 맞서왔고, 시는 지난 4월 극장철거를 발표, 그곳에 야외공연장을 조성키로 했다.
그러나 기존입장을 고수한 철거반대단체가 시청과 극장주변에서의 농성, 국회에서의 반대 입장발표 등에 나서면서 시와 갈등을 지속해 빚어왔고, 철거찬성단체도 시는 물론 경찰서까지 찾아가 연이어 항의한데다 반대단체를 지적하며 반발수위를 높이는 등 갈등 폭이 더 커진 상황이다. 그 사이 시가 철거반대단체와 간담회를 갖기도 했으나, 갈등은 풀지 못했다.
skh88120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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