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양 성공 후 쏟아지는 '서핑해변'…양양은 'MZ 성지' 넘어서야[#서핑성지 양양]

해수욕장 몰락 후 '어나더 양양' 꿈꾸는 전국 지자체
유입 관광객 다변화, 젠트리피케이션·난개발 해결방안 고심해야

편집자주 ...인구 소멸의 시대. 인구 2만 동해안의 소도시 양양은 '서핑' 하나로 연간 1600만명이 찾는 명실상부 대한민국 최고 핫플레이스가 됐다. 속초와 강릉 사이에서 볼품 없었던 시골해변은 어떻게 MZ세대의 성지로 변했나. '서핑 성지' 양양의 시작과 현재, 그리고 미래를 들여다보자.

양양 서피비치 페스티벌 모습.(서피비치 제공) 2023.9.27/뉴스1

(양양=뉴스1) 윤왕근 기자 = 인구 2만의 양양이 '서핑'이라는 아이템을 통해 연간 1600만명이 찾는 국내 최고 핫플레이스가 되면서, 해변 관광지를 둔 전국 다수의 지자체는 "우리도 양양처럼"을 외치고 있다.

당장 같은 강원 동해안권의 지자체부터 경남, 울산 등에서 양양을 벤치마킹하겠다며 '선진지 견학'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지역의 자연지형과 수요자의 니즈를 고려하지 않고 흥행 아이템만 단순 차용해서는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의 조언이다.

반면 '서핑 성지'가 된 양양 또한 MZ만을 위한 관광지가 아닌 외국인 관광객 유치 등 그 이상을 준비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양양 인구해변에 몰린 서퍼들 자료사진.2023.9.27/뉴스1 윤왕근 기자

◇엔데믹 후 첫 피서…해수욕장의 '몰락'

코로나 엔데믹 후 처음 맞은 올 여름 피서철, 전국의 해수욕장은 여느 때보다 인파로 북적일 것으로 예상됐으나 그 성적은 실로 처참했다.

강원특별자치도에 따르면 7월 1일부터 8월 27일까지 순차 운영된 동해안 85곳 해수욕장 누적 방문객은 656만8838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692만690명) 대비 5.1% 줄어든 것이다.

속초의 경우 올여름 73만2904명이 방문, 99만4093명이 방문했던 지난해보다 26.3%나 줄어들었다. 동해 역시 올해 70만2602명이 방문, 지난해(91만6210명)보다 23.3% 줄었다.

국내 대표 해변 관광지라고 할 수 있는 부산 역시 해운대를 비롯한 7곳의 해수욕장도 지난해 대비 15%가 줄어든 성적표를 받아들고 문을 달았다.

이 같은 '흥행 실패'는 개장 초반 이어진 집중호우와, 후반 전국에 큰 피해를 안긴 태풍 등 기상악화의 탓이 크다.

그러나 오히려 이는 엔데믹의 영향으로, 특색없는 국내 해변보다는 해외로 휴가를 떠나는 경향이 반영된 것으로 보는 시선이 많다.

양양 인구해변 서핑비치로드에 몰린 인파 자료사진.2023.9.27/뉴스1 윤왕근 기자

◇'어나더 양양' 원하는 전국 지자체…"공급자라는 생각 버려야"

양양이 '서핑 성지'의 명성을 얻으면서 해변 관광지를 가진 전국 다수의 지자체는 "우리도 양양처럼"을 외치고 있다.

당장 같은 강원 동해안권의 지자체부터 경남, 울산 등에서 양양을 벤치마킹하겠다며 '선진지 견학'이 이어지고 있다.

강상국 강릉원주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기존 바다자원은 물놀이 등 한 시즌에만 사용해 왔는데, 양양 서핑이 성공하면서 계절적 한계를 뛰어넘었다"며 "인구소멸을 걱정해야 하는 시점에 젊은 층이 해변에 와서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 가는 것을 볼 때 양양은 다른 지자체의 모델로 활용되기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역의 자연지형과 수요자의 니즈를 고려하지 않고 흥행 아이템만 단순 차용해서는 성공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양양 '서피비치'를 기획한 박준규 라온서피비치 대표는 "서피비치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찾은 공무원 분들을 만나면 지자체가 '공급자'라는 인식이 강한 것 같다"며 "예산을 들여 해변을 조성하고 해양레저센터 같은 랜드마크 건물을 짓는다는 식의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여행업의 공급자는 저희같은 사업자들이지 공무원이 돼선 안된다"며 "좋은 아이디어를 가진 여행업자나 전문가들이 공급을 잘 잘 할 수 있도록 행정적, 법적으로 지원하는 형태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윤호 강원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한때 출렁다리가 인기를 끄니 전국에서 너도나도 출렁다리 열풍이 분 적이 있다"며 "우리나라는 3면이 바다고, 누구나 서핑해변을 만들 생각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양이 진정한 '서핑 성지'라면 다른 서핑해변과는 확실히 다른 아이템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3일 양양 서피비치에서 강습 중인 초보 서퍼들. 2023.9.27/뉴스1 윤왕근 기자

◇'MZ만의 성지' 너머를 고민해야 하는 양양

양양이 진정한 '서핑 성지'로 거듭나기 위해선, 서핑의 산업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윤호 강원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서핑을 매개로 한 관광도시가 되려면 결국 서핑의 산업화가 필요하다"며 "전문 서퍼를 양성하기 위한 노력이나 관련 축제, 서핑이라는 아이템이 양양 전체의 산업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MZ만의 성지를 넘어 외국인 관광객 유치 등으로 이어져야 한다고도 했다.

지 교수는 "양양에는 국제공항이라는 좋은 수단이 있지만, 현재 플라이강원 문제로 활성화가 돼 있지 않다"며 "중국의 한한령 해제 등으로 리오프닝된 상황에서 지역사회는 아무런 수혜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젠트리피케이션이나 초고층 숙박시설 등 난개발 우려도 양양이 고민해봐야 할 지점이다.

강상국 강릉원주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난개발 우려가 있기도 하지만 어떤 지역은 그런 것이라도 해주기만을 바라고 있다"며 "삼척만 해도 쏠비치 하나가 들어옴으로 해서 지역 전반이 살아났다"고 말했다.

다만 "젠트리피케이션을 막기 위해 기존 지역상권과 주민들이 경쟁력을 갖고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철저히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양양 서피비치 요가.(서피비치 제공) 2023.9.27/뉴스1

wgjh654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