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수산시장 '한산' 막국수집엔 '긴 줄'…'오염수 방류' 첫 주말 강릉 풍경
수산시장 상인 "평소 주말 절반도 안되는 듯" 울상
물회냐, 막국수냐…"다른 먹거리 많은데 굳이"
- 윤왕근 기자
(강릉=뉴스1) 윤왕근 기자 = 막바지 피서철이자 주말인 26일 강원 동해안 대표 관광지인 강릉에는 마지막 여름을 즐기려는 관광객이 몰려들고 있다.
다만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이후 첫 주말이기도 한 탓에 식도락객들은 수산물보다 막국수나 짬뽕, 장칼국수 등 다른 별미를 찾는 모습이다.
이날 낮 12시쯤 동해안 대표 어항인 강릉시 주문진항 어민 수산시장. 평소 주말이면 싱싱한 횟감을 고르기 위해 전국에서 몰려든 식도락객으로 북적여야 하지만, 이날은 한산한 모습이었다.
상인들은 목을 길게 빼고 시장 입구만 바라보며 손님을 기다렸지만, 오가는 손님은 드물었다.
인근 직판장인 수산풍물시장은 컨테이너 건물로 지어진 환경때문에 상황이 조금 나아보였지만, 평소 주말처럼 북적인다고 볼 수는 없었다.
상인 A씨는 "오가는 손님이 평소 주말에 절반도 안되는 것 같다"며 "아직 휴가철 막바지라 토요일 이 시간이면 발 디딜틈이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A씨는 "아무래도 오염수 때문에 수산물을 찾지 않는 것 아니겠느냐"고 울상을 지었다.
점심시간 손님으로 북적여야 할 항구 내 먹거리촌도 한산했다. 상인들은 의자에 앉아 드물게 지나가는 손님에게 "식사하고 가시라"며 애타게 손짓을 해봤지만 식당 내 테이블은 곳곳이 비어있었다.
강릉을 찾은 식도락객들은 지역의 또 다른 별미인 막국수집에 몰려 있었다.
이날 오후 1시 30분쯤 강릉시 구정면에 위치한 한 유명 막국수 전문점에는 점심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긴 줄이 이어져 있었다.
주차장도 이미 가득차 식당 앞 도로 갓길에 차들이 줄지어 있었다. 손님들은 대기순번을 받아 맞은편 무인카페에서 순번을 기다렸다.
무인카페에는 순번을 기다리는 손님으로 가득해 자리가 모자랐다. 카페 내 대기상황판에서는 입장해 달라는 안내음이 연신 울려댔다.
오후 2시 입장 순번은 120번을 넘어섰다.
막국수집을 찾은 손님 김경숙씨(62·경기)는 "날씨가 무더워서 물회와 막국수 중 고민하다가 막국수를 선택했다"며 "아무래도 수산물은 조금 찝찝할 것 같아서"라고 말했다.
막국수집 외에도 강릉지역 또 다른 별미인 교동지역 짬뽕전문점에도 손님으로 가득했다. 맞은편 장칼국수 맛집에는 30도 이상 낮기온에도 가게 앞에 긴줄이 이어졌다.
김민찬씨(37·서울)는 "후쿠시마 오염수 때문에 수산물을 선택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면서도 "최근 강릉에는 짬뽕순두부나 장칼국수 등 먹을거리가 풍부해 굳이 수산물을 먹을 이유가 없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 도쿄전력은 지난 24일 오후 1시 3분쯤 후쿠시마 제1 원자력발전소에 저장 중이던 방사능 오염수 방류를 시작했다.
wgjh654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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