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 앞바다에 식인상어"…동해안 '상어 안전지대' 아니다

23일 속초서 악상어·백상아리 사체 2구 발견
'백상아리' 동해안 출몰 이례적 …전문가 "해수온 상승 때문"

23일 속초앞바다서 혼획된 백상아리 사체.(속초해경 제공) 2023.6.23/뉴스1

(속초=뉴스1) 윤왕근 기자 = 최근 강원 북부 동해안에서 영화 '죠스'로 잘 알려진 '백상아리' 등 공격성 상어들이 잇따라 발견되면서, 강원 동해안이 더이상 상어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공격성 상어의 잇단 출몰은 기후 변화로 인한 수온 상승이 원인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피서철을 앞두고 피서객과 어민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지난 23일 강원 동해안 북부지역인 속초 앞바다에서는 조업 중인 어선에 상어 사체 2구가 잇따라 혼획됐다.

먼저 이날 오전 4시 20분쯤 속초항 동쪽 5.1㎞ 해상에서 조업 중이던 B호(5.92톤급 자망)에서 상어 사체 1구가 혼획됐다.

속초해경이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에 문의한 결과, 발견된 어종은 길이 240㎝, 180㎝ 규모의 '악상어'로 확인됐다.

악상어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일본, 미국, 멕시코 등 북태평양에 서식하며, 최대 300㎝까지 자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로 연어를 잡아먹고 살고 생김새가 백상아리와 비슷하지만, 백상아리 보다는 몸집이 작다.

백상아리처럼 아직까지 사람을 공격했다는 보고는 없다. 주로 온대나 한대 지방에 서식하기 때문에, 경주나 포항 등 경북 동해안이나 강원 동해안에서 종종 발견되는 어종이다.

23일 오전 속초 앞바다서 혼획된 악상어 사체.(속초해경 제공) 2023.6.23/뉴스1

문제는 같은 날 발견된 '백상아리'다.

이날 오전 7시 30분쯤 속초 장사항 동쪽 2.7㎞ 인근 해상에서 조업하던 어선 그물에 '백상아리' 사체 1구가 걸려들었다.

혼획된 백상아리는 길이 195㎝, 둘레 95㎝ 규모였다.

영화 '죠스'로 잘 알려진 '식인상어' 백상아리는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전북 군산이나 충남 보령, 백령도, 인천 등 서해에서 종종 출몰한 기록이 있다.

1959년 7월 충남 보령시 대천해수욕장에서 수영하던 한 대학생이 상어에게 물려 숨지는 등 국내에서 상어로 인한 인명피해는 모두 7건으로, 이중 6명이 사망했다. 모두 '백상아리'에 의한 것이다.

백상아리 뿐만 아니다. 지난해 4월 26일 '동해안 최북단'인 강원 고성 봉포항 인근해역에서는 '청상아리'가 발견되기도 했다.

열대와 온대 해역에 사는 청상아리는 이빨이 송곳처럼 날카롭고 안구가 시커먼 게 특징으로, 성질이 난폭하고 사람을 공격하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처럼 강원 동해안에서 보기 힘든 '공격성 상어'의 잇따른 출몰은 해수온 상승 때문으로 보인다.

국내 상어 전문가인 최윤 군산대 해양생명응용과학부 교수는 "백상아리의 경우 20~30년 전만 해도 동해안 포항 위쪽에서는 좀처럼 보기가 쉽지 않은 어종이었다"며 "열대 해역에 분포하는 상어들이 해수온 상승에 따라 점차 올라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백상아리는 홋카이도 인근 해역에서도 발견된 기록이 있어서, 속초 등 강원 동해안에서 그동안 발견되지 않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쉽게 볼 수 있는 어종은 아니다"라며 "백상아리 뿐 아니라 청상아리 개체도 10여년 전부터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 고성 앞바다에서 혼획된 청상아리.(속초해경 제공) 2022.4.26/뉴스1

이 같은 백상아리는 해수욕장 등 얕은 수심의 해역까지 진출한다는 것이 문제다.

최 교수는 "청상아리의 경우 주로 깊은 수심에서 조업하는 어선 그물에 걸려 발견되는 반면 백상아리는 해수욕장 가까이 접근하기도 한다"며 "국내 상어 인명피해 6건 모두 백상아리에 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백상아리는 주로 큰 물고기를 먹고 살아가다가 250~300㎝ 이상 자라면 포유류를 먹거나 사람을 공격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날 속초에서 발견된 백상아리는 193㎝. 2~3년만 더 자라면 사람을 공격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피서철을 앞두고 강원 동해안 북부해역에서 공격성 상어가 잇따라 발견되면서 해경과 지자체는 비상이 걸린 모양새다.

상어의 잇단 출몰로 속초해경은 서핑, 다이버 등 지역 레저사업자를 대상으로 상어 출몰 사실을 알리고 안전 주의를 당부했다.

또 인근 지자체에 사고 예방을 위한 경고 방송을 요청하고, 파출소를 통해 연안 안전 순찰을 강화했다.

속초해경 관계자는 “공격성이 있는 상어가 연안 해역에서 발견된 만큼 어업인과 레저 활동자 및 해안가 물놀이객 분들께서는 활동 시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며 “주변에서 상어가 발견되는 경우 즉시 해양경찰로 신고해 달라"고 말했다.

wgjh6548@news1.kr